그동안 액정표시장치(LCD)의 위세에 눌리고 계절적인 비수기까지 겹쳐 지난 5월부터 3개월여 동안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왔던 컬러 모니터용 브라운관(CDT) 시장이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12일 브라운관(CRT)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까지 LCD 상승세 여파로 동반상승했다가 5월부터 수요위축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CDT시장이 이달들어 수급이 점차 균형을 이루는 등 서서히 반등기미를 보이고 있다.
삼성SDI·LG필립스디스플레이 등 관련업체들은 이에 따라 17·19인치 등 일부 인기모델의 경우 이미 주문량을 다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는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다음달부터 전체적으로 10% 이상은 주문을 감당하지 못할 것으로 보여 소폭의 가격인상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DT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비수기인 6∼7월에 고전하다가 8월말께부터 수요가 살아났으나 올해는 좀 일찍 반등세로 돌아선 느낌”이라며 “새학기 시즌을 겨냥, 모니터 및 PC업체들이 CDT를 미리 확보할 움직임이 강한 것이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에 밀려 규모가 점진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CDT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은 새학기 시즌과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하반기 연중 최대 성수기를 겨냥한 계절적 요인과 일본 CRT업체들의 시장철수 및 구조조정에 따라 CDT 공급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대 경쟁제품인 TFT LCD가 공급부족으로 인해 그동안 지나치게 가격이 상승, 모니터업체들이 채산성 확보와 수요 창출을 위해 저가의 CDT 구매를 늘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현재 15·17인치 등 주요 모니터용 LCD의 평균공급가(ASP)는 경쟁 크기인 17·19인치 CDT ASP의 거의 3배에 육박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LCD시장의 초강세속에서도 CDT부문 빅3를 형성하고 있는 삼성SDI·LG필립스·CPT(대만)의 시장지배력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면서 “하반기 세계적인 IT 및 PC경기 침체가 변수지만 12월까지는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LCD에 비해 흐름이 1개월 가량 선행하는 CDT시장이 강세로 돌아섬에 따라 지난 6월부터 수요 위축, 재고량 증가,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TFT LCD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현재 세계 CDT시장 규모는 연간 8000만개로 추정되는 가운데 LG필립스와 삼성SDI가 각각 2500만개, CPT가 2000만개의 공급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