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자의 소형화와 박막 제조공정이 미세화함에 따라 한국이 화학증착법(CVD)을 대체, 원자층 단위의 박막조절이 가능한 차세대 증착기술인 ‘원자층증착(ALD:Atomic Layer Deposition)’의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 공정 관련 세계적인 학회인 미국진공학회(AVS) 박막분과의 ‘ALD2002’ 행사 한국개최(19∼21일 한양대 한양종합기술센터)를 계기로 한국의 ALD 장비·재료기술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ALD기술은 핀란드 선톨라(Suntola)그룹이 70년대 초반 개발했으나 미국 마이크로켐에 인수돼 원천기술은 현재 마이크로켐이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ALD를 응용한 실리콘 프로세스의 적용에 눈을 돌려 7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 이하 D램과 비메모리 공정에 쓰일 ALD장비, 재료에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회로선폭 70㎚ 이하 초미세공정에서 전자이동을 차단해 최적의 반도체 성능을 구현하는 ALD를 이용한 고유전(high-k)재료는 삼성전자 강호규 박사가 연구·개발한 ‘하프늄옥사이드(HfO2)-알루미늄옥사이드(Al2O3) 적층막(laminate)’ 방식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강 박사는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미콘웨스트에서 이 논문을 발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전형탁 교수팀의 PE(Plasma Enhanced) ALD를 이용한 지르코늄 옥사이드, 한국과학기술원 강상원 교수팀의 2원계 유무기 장벽(barrier)을 이용한 10㎚ 수준의 박막 등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는 한국의 ALD업체가 이미 세계적인 선두그룹으로 진입했다는 평가다. 아이피에스(대표 이용한)는 세계적인 노광(리소그래피)장비 제조업체 ASML과 독점적 기술 라이선스 수출을 포함한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할 정도로 기술이 앞섰다. 이 회사는 98년부터 ALD장비를 개발, 미국 특허를 획득하고 수출계약을 맺는 등 해외진출이 활발하다.
지니텍(대표 이경수)은 기가급 D램 생산에 적용 가능한 플라즈마 ALD 기술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 회사는 올 초 다국적 반도체 장비업체인 네덜란드 ASM과 기술수출 및 장비 공동개발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주성엔지니어링(대표 황철주)도 올 3월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200달러 규모의 ALD 완성장비를 수출하는 등 반도체 장비산업의 본고장인 미국 진출이 활발하다.
한양대 전형탁 교수는 “ALD 관련 장비·재료 기술은 한국이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한국의 관련 학계·업체들이 ALD 기술을 응용한 실리콘 프로세스 적용에 눈을 떠 이 분야 관련 종주국의 위치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