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백신시장 포화론 `고개`

 국내 백신업체들의 실적이 제자리걸음인 가운데 백신 시장포화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올들어 백신업체들의 매출이 마이너스 혹은 소폭 성장에 그치면서, 그 원인으로 국내 백신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현황=백신업체의 주요 수입원인 기업시장의 백신 보급률은 매우 높다. 또 대부분의 기업이 지난해 상반기 이전에 제품을 구입했으며 최근 1년간 수요가 급감하는 추세다.

 IT관련 포털업체인 잇이즈콤이 최근 조사한 ‘바이러스백신 솔루션 도입실태 및 수요 조사’에 따르면 263개 조사대상 기업 가운데 백신을 사용하고 있는 기업은 85.9%에 달했다. 또 백신 구입시기는 지난해 상반기 이전이 90.7%이며 지난해 하반기에서 올해 상반기 사이에 구입한 경우는 9.3%에 그쳤다.

 백신업체의 매출증가 둔화도 시장포화론을 뒷받침한다. 안철수연구소는 해마다 큰 폭의 매출성장으로 지난해 250억원을 기록했으나 올 상반기에는 120억원에 머물렀다. 하우리도 올상반기 매출이 28억63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3억9800만원)에 비해 약간 늘어나는데 그쳤다.

시만텍코리아, 한국트렌드마이크로 등 외국계 백신업체 역시 비슷한 추세다.

 이러한 현상은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주말(9일) 안철수연구소의 주가는 지난 52주 동안 최고가에서 73%가량 하락했다. 코스닥지수가 같은 기간 동안 36.1%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하락세다.

 ◇업계 대책=백신업체들은 이러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권석철 하우리 사장은 “백신 시장의 포화론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1년마다 재계약을 맺어야 하는 백신의 특성상 포화상태가 되더라도 꾸준한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권 사장은 “매출증가가 둔화된 이유는 업체간 과당경쟁으로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성장 둔화의 이유를 설명했다. 더욱이 기존 백신업체간에도 출혈경쟁을 펼치는 상황에서 5개의 토종 및 외국계 백신업체가 새로 뛰어들면서 가격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백신업체들은 다른 어떤 대책보다 현재의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으로 수출을 꼽는다. 백신업체들은 토종업체가 없고 기술지원이 용이한 일본 시장에 주력하면서 미국의 경우는 틈새시장으로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국내에 비해 시장 자체가 크고 제 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올해를 수출 원년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이에 따라 백신업체는 단순 가격이 아닌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클라이언트와 서버용 백신 제품을 통합관리하는 솔루션을 출시한다든지 컨설팅 부문을 강화하는 것이 그 일환이다. 백신을 대체할 통합클라이언트 보안솔루션도 신규수요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다.

 ◇전망=소프트웨어의 특성상 하반기 수요가 몰리는 점을 감안한다면 백신업체의 수익성 악화를 단정짓기에는 이르다. 또 최근 몇년간 사전 정지작업을 해온 해외시장에서도 하반기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국내 시장의 가격질서가 어느 정도 제자리를 찾고 해외 수출의 물꼬가 트인다면 예년과 같은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백신업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해외 관련 인력을 대폭 늘이고 있으며 현지 유통채널도 강화되고 있는 만큼 4분기 정도에는 본격적인 수출이 이뤄질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비관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삼성증권의 박재석 연구원은 “국내 백신업체가 외국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있지만 예상대로 풀릴지는 미지수”라며 “국내에서야 토종 백신업체가 높은 지명도를 갖고 있지만 외국에서는 많은 백신업체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며 신제품이나 신규 서비스 역시 마케팅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기 때문에 성공을 속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