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덤핑 물량 크게 줄어들었다

 삼성전자·한국HP 등이 하반기에 강력하게 실판매 위주의 판매정책으로 선회하면서 그동안 국내 PC업계를 멍들게 했던 고질적인 덤핑 물량이 시장에서 크게 줄어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부터 내부에서의 매출감소 우려에도 불구하고 실판매 중심의 국내 영업전략을 수립, 강력하게 이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기존 10∼15일치 물량에 해당했던 대리점 재고 물량을 최근에는 7일 이내로 줄여 대리점 보유 재고과다로 인한 덤핑발생 소지를 아예 없앴다. 또 행망이나 기업용 판매물량이 일반 시장으로 빠져나가 가격을 흐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아예 발생초기 단계에서 추적할 수 있는 새로운 추적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이러한 물량이 발견될 시에는 페널티는 물론 형사소송까지 불사하는 강력한 단속활동을 지속적으로 해 나고 있다.

 삼성전자 국내 영업그룹의 전종대 그룹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PC침체가 지속돼 대리점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결국 많은 대리점들이 할인판매를 감수했고 이것이 고스란히 대리점 수익성 악화로 나타났다”며 “단기적으로 본사 판매가 줄어들더라도 1차 고객인 대리점이 수익을 올릴 수 있게 실판매 위주의 영업정책을 계속 고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공격적인 노트북PC 판매정책을 펼쳐온 컴팩코리아는 최근 한국HP체제로 변환하는 과도기를 겪으면서 예전과 달리 물량 위주의 판매 정책을 지양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판매체제를 다수 채널사에서 소수 총판사와 리셀러로 구성하는 HP체제로 전환중이며 이 기간동안 무리한 물량판매보다는 실판매 위주의 판매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물량밀어내기 식의 판매방식은 고려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가격이 최대한 지켜질 수 있도록 채널정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LGIBM은 하나로통신과 제휴해 판매하는 할판제품을 온라인 쇼핑몰과 하나로통신 쇼핑몰에서만 판매하고 대리점에서는 취급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다만 대리점을 통해 주문이 들어오면 해당 대리점에 판매수수료를 지불하고 제품을 공급한다는 복안이다. 할판제품을 대리점에 공급할 경우 타 제품의 가격이 무너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한국후지쯔나 도시바코리아 등도 지속적인 공급물량 관리와 덤핑 물량 추적을 통해 덤핑발생 소지를 없애고 있다.

 용산에서 PC를 판매중인 한 PC총판업체 사장은 “덤핑 발생이 가장 빈번했던 삼성전자·한국HP 등이 실판매 위주로 판매정책이 바뀌면서 예전과 같은 가격 파괴가 크게 줄어들었다”며 “지금은 비수기라서 이러한 정책이 가능하겠지만 성수기에도 이러한 정책을 고수해야만 PC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