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 256Mb SD램의 아시아현물시세가 지난 8일 4달러선(평균거래가격 기준)마저 무너진 데 이어 9일에는 128Mb(16Mx8 133㎒) SD램 역시 심리적 지지선인 2달러선마저 지키지 못한 채 1.95달러로 내려앉았다. 이에 따라 이들 제품의 아시아현물가격은 연중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256Mb SD램 제품의 경우 지난해 12월 27일 4달러선을 상향 돌파한 이후 7개월여 만에 4달러벽을 깨고 내려온 것으로 올들어 8.47달러로 최고가를 기록했던 3월 6일과 비교한다면 8월 9일의 3.78달러는 무려 55% 이상이 하락한 셈이다. 128Mb SD램 제품은 지난해 12월 26일 2달러선을 웃돌기 시작한 후 올 3월 5일 4.37달러까지 상승하기도 했으나 이후 다시 하락반전하면서 256Mb SD램과 유사한 하락률을 기록중이다.
◇무색해진 3분기 상승론=이번 SD램 연중 최저가 소식은 ‘3분기 D램가격 상승 대세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해졌다는 점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현물시장과 고정거래시장은 운영형태, 거래대상, 거래규모, 거래가격 등에서 분명한 차별성을 띤다. 하지만 가격이 형성되는 시점의 시장분위기를 직간접적으로 반영하므로 다른 시장의 추이를 통해 나머지 시장전망이 가능해진다.
D램 제조업계 및 시장조사기관 모두 올해 1분기 모처럼만의 상승세를 유지하던 D램 가격이 2분기 비수기를 맞아 하락세로 반전된 상황에서도 3분기 회복 낙관론을 믿어왔다.
8∼9월 신학기 시즌 특수를 계기로 공급과잉인 D램 시장구조가 수요증가로 인한 공급부족으로 전환돼 D램가격 상승의 계기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4분기는 물론 내년에도 D램 가격의 강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하지만 철석같이 믿어왔던 3분기가 중반으로 치닫고 있으나 본격적인 D램 시장회복의 징후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는 당초 하반기께로 추정됐던 미국발 IT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서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기재하강(더블딥)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어 3분기 상승론을 무색케 하고 있다.
◇엇갈리는 D램시장 회복전망=3분기 상승론이 불발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시장분석가들은 시장 회복시점을 두고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ING베어링증권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SD램의 공급과잉현상은 3분기 5.6%, 4분기 1.3%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불황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D램 가격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PC출하가 내년에는 10% 가량 증가하겠지만 하반기 증가율은 2.1%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자체 전망했기 때문이다.
반면 대신경제연구소는 “올 하반기 D램 시장이 완만한 상승세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경기침체 지속으로 D램 시장회복의 근거인 PC경기의 계절적 회복과 기업부문 대체수요회복이라는 두 축이 흔들리고 있어 회복세는 더디겠으나 D램 업체들의 시장철수와 신규업체의 부재로 인해 추가적인 가격급락 보다는 완만한 상승의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와 달리 JP모건은 “PC의 업계의 불황이 2003년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며 “시장침체 지속에 따라 PC업계의 가격하락 압력은 내년 하반기까지 계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시장회복시기를 놓고 서로 다른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국내 D램 제조업체 관계자나 대부분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4분기 시장회복 전망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미국의 추수감사절, 연말연시 등의 PC특수로 인해 D램 수요가 늘어나는 동시에 인텔의 9월 중앙처리장치(CPU) 가격인하전략은 PC 및 D램 수요촉진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