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를 가능케 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 중 하나가 해당 상품과 서비스에 관한 정보를 담은 카탈로그다. 전자 카탈로그는 전자상거래의 기본이 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전자상거래 사업에서 가장 먼저, 또 가장 많이 공을 들이는 부분이 전자 카탈로그 구축이다.
종이 매체에서 상품 카탈로그와는 달리 전자상거래에서의 카탈로그는 동적이고 실시간적인 속성으로 인해 그 개념과 정의가 단순하지 않다. 사용자의 목적과 관점에 따라 카탈로그가 표현하는 정보의 양과 질이 달라지며 그것을 사용하는 방식도 다르게 된다. 상품의 성질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제시해 구매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에서부터 유통단계의 작업에 필요한 포장 및 운반에 관한 정보, 반품 조건과 절차에 이르기까지 해당 상품의 거래 전 단계에 걸쳐 소요되는 정보를 모두 포함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전자 카탈로그는 컴퓨터가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해서 쉽게 잊고 놓치는 부분이기도 하다. 즉 컴퓨터 데이터가 가져야 하는 정확성과 완전성, 상호연동성, 정보의 최근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그만큼 그 구축과 관리가 어려운 것이다.
전자 카탈로그의 생명주기는 상품 공급자가 제공하는 무형의 상품정보를 조직화하고 정제하기 위한 틀을 마련하는 정의단계로부터 그 틀에 맞게 상품정보를 가공·처리해 전자화하는 구축단계를 거쳐 마지막으로 상품정보를 필요로 하는 전자상거래 및 기업관리 시스템들에 의해 이용·수정되고 또 사라지기도 하는 활용단계에 이른다.
◇표준화 현황=전자 카탈로그의 생성과 활용의 근간에는 표준화라는 필수적인 과제가 있다. 상품정보 표준화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는 현재 국내 전자 카탈로그 구축사업의 현주소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전자상거래를 위한 솔루션으로 전자 카탈로그 시스템은 표준안의 적용을 기술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주요 구성요소로는 상품명·크기·색상 등 상품 자체를 기술하는 상품정보와 가격·배송방식·거래조건 등의 거래정보, 그리고 사람에게 제시될 때의 모습을 규정짓는 시각적인 표현정보가 있다. 전자 카탈로그를 위한 표준은 크게 구성요소에 관한 표준과 카탈로그를 이용·운용하는 이용에 관한 표준으로 나눌 수 있다. 표1 참조
국제적으로는 EAN 호주의 GDAS(Global Data Alignment System)가 표준화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10월 전자상거래표준화통합포럼(ECIF)의 전자카탈로그기술위원회가 발족되면서 표준화 활동이 시작됐다. 2001년 2월에는 6개의 표준안이 발표됐다. 이들은 전자 카탈로그의 개념과 관련표준에 대한 현황조사 중심으로 이뤄졌으며 전체적인 체계를 정립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2차연도인 2002년 2월에는 6개의 2차연도 표준안이 발표됐다. 표2 참조
1차연도는 개념정의와 현황조사의 성격을 가진 반면 2차연도에는 구체적인 권고안들을 제시한다는 면에서 본격적인 표준규격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카탈로그의 내용에 관한 표준인 식별·분류·속성 표준은 업계의 요구와 관심을 반영해 타 표준보다 일찍 발표됐다.
그동안의 표준화 노력의 결과 중 특히 상품 분류체계와 식별체계가 그 목적과 용도에 있어서 반드시 분리돼야 하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명확히 해 식별코드로 무의미 코드를 권장한 것은 중요한 성과라 하겠다. 이는 그동안 비전산시대부터 업계에 이어지던 식별코드 부여에 대한 필요 이상의 부담을 제거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식별코드 표준안으로 권고된 GTIN은 식별코드가 갖춰야 할 여러 장점을 갖추고 있어 논리적인 선택이라 생각된다. 다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GTIN을 사용하기 위해서 일정금액의 회비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을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다. 또한 부품제조업 등에서는 코드 개수가 제한적이어서 수십만 종이 넘는 부품을 모두 식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TIN은 적어도 MRO나 유통분야와 같은 완제품 거래와 국제거래에서 매우 효과적인 표준이다.
속성에 있어서는 업종에 상관없이 기본이 되는 속성을 정의함으로써 상품에 대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기본 어휘가 생긴 셈이다. 물론 실제로 상거래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상품군별·업종별·거래단계별로 다양한 속성들이 더 있어야 하겠지만 현재의 공통속성은 그 바탕이 되는 동시에 추가로 속성을 정의함에 있어 체계적인 접근을 가능케 해준다.
가장 관심도 높고 어려운 부분은 분류코드다. 표준안으로 채택된 UNSPSC는 분명 전 업종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분류를 시도한 우수한 국제표준이며, 하나의 표준을 선정해야 한다면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각 업체에서 다루는 수많은 제품을 UNSPSC로 재분류해서 사용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각사가 지금껏 사용한 분류기준과 원칙은 나름대로 이유와 목적이 있었을텐데 이와는 다른 관점에서의 분류기준과 원칙을 가진 UNSPSC로의 전환은 단순한 코드변환 이상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식별·분류·속성 표준은 카탈로그의 콘텐츠적 측면을 다루는 데 반해 카탈로그 운용 프로세스 모델 표준안은 카탈로그를 구축·관리·이용하는 기본 절차들을 제시함으로써 작업(프로세스)적 측면의 참조모델을 제시했다. 신규로 카탈로그를 구축하는 업체에는 구축목적을 뚜렷이 정의해주는 효과를, 솔루션 업체들에는 카탈로그 관련 솔루션이 갖추어야 하는 기능적 명세 효과를 제공했다.
◇표준화의 과제=지금까지의 전자 카탈로그 표준화 사업은 개념 및 체계의 정립과 기준이 될 수 있는 중심 표준의 정의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했다고 평가된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나라 전자상거래 분야가 중심을 잡고 나아갈 수 있는 길라잡이의 역할을 해줄 것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일이 끝난 것은 아니다. 첫 단추는 잘 끼웠지만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기준이 되는 것과 현장에서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분류체계의 경우 업종간은 물론 업종내부 표준체계의 다양성을 현실적으로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다양한 분류체계들을 통일된 형식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하며 서로 다른 분류체계에서는 분류의 기준이 상이하므로 단순 일대일 매핑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매핑 유형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분류의 정의, 그 표현 모델, 분류간 매핑 유형 모델과 표현방식 등이 제시돼야 하며 이들을 적절히 이용할 수 있는 교육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속성의 경우 공통속성을 기반으로 분류체계와 연관시켜서 상품군별·업종별 특별 속성을 정의하고, 다양한 속성군의 관리방안도 제시돼야 한다. 또한 속성의 내용(값)으로 이용될 용어나 단위 등의 어휘(ontology)에 대한 표준화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전자 카탈로그 시스템의 구축과 활용=그림1은 전자 카탈로그 시스템을 통해 공급자의 상품정보에 표준안을 적용, 전자 카탈로그를 생성·활용하는 단계를 보여주고 있다. 전자 카탈로그 시스템은 실제 상품정보를 표준안에 맞게 적용 저장해 전자 카탈로그화하는 기본적인 목표와 더불어 이를 다양한 전자상거래 시스템에 의해 활용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반 소프트웨어로서의 역할을 담당한다.
업종별로 정의된 표준안을 전자화하기 위한 데이터베이스 설계과정을 거쳐 그에 맞게 무형의 상품정보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 요소들을 꼼꼼하게 처리해 정제된 상태로 저장할 수 있어야 한다. 속성표준을 상품군 단위로 계층화해 새로운 상품군 도입이나 시장의 변화에 쉽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이미 보유하고 있던 과거 전자 카탈로그를 큰 추가비용 없이 새로 정의된 표준안에 따라 데이터베이스에 저장 가능토록 하는 기능, 그리고 대용량 전자 카탈로그를 빠르고 정확히 저장·검색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은 전자 카탈로그 시스템의 임무다.
구축된 전자 카탈로그를 활용하기 위한 기술적 지원 역시 전자 카탈로그 시스템의 몫이다. 웹콘텐츠로의 활용이나 업종 자체의 e마켓플레이스 구축을 위한 스토리지 시스템으로서의 역할 등이 있는데 이와 동시에 개별적으로 구축되는 전자 카탈로그 시스템들은 필연적으로 표준안의 다양성 수용이라는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유사·관련업종간의 전자 카탈로그 상호연동 시 동일 상품에 대한 분류코드 오류는 거래를 위한 비용을 상승시키므로 이를 위한 기술적 해결책이 전자 카탈로그 시스템을 통해 구현돼야 한다. 이러한 표준안의 이질성 극복과 함께 ebXML, 로제타넷(RosettaNet) 등 e비즈니스 전반을 위한 프레임워크와의 연계나 각종 e마켓플레이스 네트워크를 통한 전자조달 시스템과의 연동은 전자 카탈로그의 다양한 포맷으로의 공표(publishing) 기능이라는 관점에서 중요하게 고려된다.
◇향후 과제=지금까지의 표준화 노력은 개념정립과 참조모델 제시 수준이었으며 우리나라 전자상거래 분야의 체계화라는 역할을 담당했다. 앞으로는 이러한 표준안들이 다양한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표준화 및 확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표준 조사와 비교연구뿐 아니라 창조적인 연구를 통한 표준의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최근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콘텐트 구축 노력을 양적·질적으로 확충해야 할 것이다. 이미 구축된 카탈로그는 현실성 있는 운용을 통해 보완 발전시키고 새로운 분야와 목적의 카탈로그를 계속적으로 추가시켜 나가야만 한다.
또한 전자 카탈로그 시스템 구축을 위한 고급기술 개발을 더이상 늦추어서는 안된다. 속성표준의 적용을 단순히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한다는 안이한 사고에서 벗어나 대용량의 복합적인 정보를 최적화해 저장하는 설계기술을 습득하지 못하면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전자 카탈로그의 규모를 감당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연동성 확보를 위한 전자 카탈로그 전달기술은 물론이고 표준안간 이질성 극복을 위한 고급기술들을 연구·개발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전자상거래 분야, 특히 전자 카탈로그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있긴하지만 아직은 어느 나라건 모두 출발단계여서 이제부터가 본격적 레이스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경제적인 열매를 수확하게 되는 발전단계와 성숙단계에서도 우리가 앞서기 위해서는 지금보다도 많은 투자와 노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상구
◆이상구 교수 약력
서울대학교 계산통계학과 졸업
미 노스웨스턴대 석·박사
미 EDS R&D 연구원
현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부교수
연구분야:데이터베이스, e비즈니스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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