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게걸음 장세` 지속

 거래소시장이 4일째 오름세를 이어갔지만 700선 안착에는 실패했다.

 국내 증시의 동반 하락을 초래한 미국 증시가 빠르게 안정되고 있어 국내 증시의 반등 가능성은 높지만 외국인·기관 등 주요 투자 주체들이 순매도를 보이는 등 700선 안착에 대해선 아직 확신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하락에 대한 위험은 낮아졌지만 주가 상승을 이끌 만한 추가 모멘텀도 아직은 구체화된 것이 없다는 판단이다.

 12일 거래소시장은 장중한 때 700선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차익매물이 쏟아지며 상승폭이 축소돼 결국 2.94포인트 오른 695.39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시장도 0.46포인트(0.82%) 상승하며 56.69까지 올랐지만 그 상승폭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정윤제 대신증권 수석연구원은 “아직 미국 증시 등 불안감이 남아있으며 지수 흐름도 하락추세를 벗어난 것이 아니다”라며 “증시의 지지대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거래소 700, 코스닥 57선의 안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는 지수 관련 시가총액 상위 정보기술(IT) 종목들이 견고한 주가 흐름을 보이면서 지수 안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 자사주 매입을 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0.63% 내렸지만 SK텔레콤·KT·LG전자·삼성SDI 등 거래소 대형 IT주들은 상승 종목수가 월등히 많았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KTF와 엔씨소프트는 하락하고 LG텔레콤·하나로통신·휴맥스는 주가가 오르는 등 IT주의 희비가 엇갈렸지만 하락 종목들의 낙폭은 크지 않는 등 대형주들의 상대적 안정은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증시 관계자들은 외국인, 기관 등 주요 투자주체들이 순매도를 보이고 있어 700선 안착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인들은 미 증시가 지난주 안정을 보였음에도 이날 거래소에서 256억원, 코스닥에서 56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국내 기관들도 각각 172억원과 21억원의 매도 우위로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증시의 양대 투자주체가 거래소와 코스닥에서 모두 순매도를 기록한 것이다.

 이정수 굿모닝신한증권 수석 연구원은 “700선 안착의 관건은 누가 앞장서서 매수에 나서줄 것인가에 달려 있다”며 “그동안 반등을 이끌었던 주된 주체가 외국인이었던 만큼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여부에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프로그램 매수 가능성을 고려할 때 대형 블루칩 중심의 단기 대응이 유효한 시점이라고 충고한다. 또 시장의 방향성이 모호하다면 상대적으로 하방경직성이 확보된 자사주 매입주들과 뜻밖의 실적호전을 알리는 중소형주, 기업 인수·합병(M&A) 관련주로의 틈새 공략을 권고하고 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