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ETRI 정보저장소자팀(왼쪽부터 김태엽·백문철·박강호·김준호·김은경·송기봉 박사)이 모처럼 원내 나노정보저장실험실에서 자리를 함께 했다.
성냥갑보다 더 작은 CD플레이어나 휴대형 컴퓨터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음악을 듣거나 대용량 데이터를 검색하는 일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출연연구기관으로는 유일하게 정보저장기술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응용소자연구부의 정보저장소자팀(팀장 백문철).
박사급 연구원만 10명이 포진하고 있는 정보저장소자팀은 현재 탐침형정보저장기와 인치당 100Gb 용량의 고기록 밀도를 갖는 광정보저장매체 및 초소형 픽업, 테라비트급 하이브리드 정보저장장치 등의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 팀이 수행하고 있는 과제기술이 모두 실현되면 DVR나 캠코더·PDP 휴대폰 등 저장매체가 들어가는 모든 기기의 크기를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제품이 요구하는 대용량·고밀도·저가격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반향이 예상된다.
이 같은 이유로 정보저장장치는 디스플레이·2차전지·반도체 등과 함께 IT분야에서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할 4가지 제품군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11월 개발에 들어간 탐침형 정보저장기 기술은 하드디스크나 광디스크, 나아가 멤스(MEMS:초미세기계가공)형 칩메모리 등에 적용 가능한 핵심원천기술이다. 주로 PC·디지털카메라·오디오·비디오 등에 활용될 수 있다.
7∼8년 후 상용화를 기대하고 있는 연구팀은 기존 1제곱인치당 10Gb의 정보저장 능력을 최대 25배까지 늘린 250Gb의 정보를 담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진은 현재 기록 재생 메커니즘과 헤드를 어느 정도 구현해놓고 안정적인 성능확보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기존 저장기록매체인 CD·DVD·MD의 뒤를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차세대 기록매체인 광디스크도 연구팀이 매달리고 있는 분야다. 기존 CD(12㎝)보다 작은 2∼3㎝ 크기의 광디스크를 이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
디스크만 축소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저장기록을 읽고 재생하는 픽업헤드를 2∼3㎜ 수준으로 제작하는 것이 연구의 핵심이다. 특히 DVD가 적색 레이저, CD가 적외선 레이저로 기록을 읽어들이는 반면 1제곱인치당 100Gb의 저장능력을 보유하게 될 이 광디스크 기술은 기록 밀도를 최대한 높일 수 있는 청색 레이저를 이용한다.
연구진은 이미 상용화 수준에 근접해 있기 때문에 과제가 마무리 되는 2004년이나 늦어도 2005년께는 일반에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밖에 연구진이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과학자들마저 자기적 물질의 초상자성현상에 따라 자기기록 보존시간이 짧아 정보 보존의 한계점으로 인식하고 있는 하드디스크의 1제곱인치당 100Gb 저장용량을 뛰어넘는 테라비트급 하이브리드 정보저장장치의 개발이다.
올초 시작된 이 과제는 레이저로 자석에 열을 가해 적은 자장으로도 기록을 읽고 재생할 수 있도록 하는 자기와 광기술의 결합체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백문철 팀장은 “무어의 법칙에 따르면 18개월마다 반도체 집적도가 배가되고 있지만 저장분야에서 하드디스크는 12개월마다 저장용량이 2배로 증가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당장 올해 이후 저장분야가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