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전자에 이어 하이마트가 12일 오후 이사회를 열어 법원의 강제조정안을 수용하겠다고 결정함에 따라 2년여에 걸쳐 끌어온 두 회사간 채무 및 법정소송 관련 분쟁이 일단락됐다. 두 회사의 거래관계가 재개되는 것이다. 향후 조정안 실천방안 및 이행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화해 무드에 따른 원만한 해결이 점쳐진다.
◇급한 불 껐다=대우전자가 지난 8일 법원의 조정안을 수용한 데 이어 하이마트가 12일 선종구 사장과 지역별 판매사업부장 등 30여명의 임직원이 참석한 영업정책회의에서 법원조정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서울지법 서부지원의 강제조정안에 따르면 하이마트는 채무원금 3200억원을 현금과 전환사채 발행 등의 방법으로 대우전자에 갚고 이자 300억원도 4년거치 3년 분할상환의 조건으로 지급해야 한다. 또한 올해 말까지 650억원, 내년부터 2005년까지 매년 1600억∼1700억원 어치의 대우전자 물품을 판매하는 장기 물품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대우전자는 하이마트를 상대로 한 형사고발이나 가압류 등을 취하하게 된다. 대우전자는 유통망을 재확보하게 됐고 하이마트는 그동안 2000억원에 달하는 물품대금 가압류 해제와 고소고발 취하 등으로 영업상의 물리적·심적 부담을 덜게 됐다.
◇대우제품 판매량이 부담=하이마트가 대우전자에 지급해야 하는 채무원금과 이자는 액수와 기간이 명확하고 양사 모두 조정안을 수용한 이상 해결될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하이마트가 올해 말까지 650억원, 내년부터 매년 1600억∼1700억원 어치의 대우전자 물품을 판매해야 하는 조항이다.
문제는 대우전자보다는 하이마트가 이를 부담스런 금액으로 여기고 있다. 하이마트의 올 매출목표가 1조8000억원이고 이 중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제품 판매비중이 각각 약 20% 수준인 3500억원 수준인 것으로 볼 때 내년에 하이마트가 판매해야 할 1600억원의 대우전자 물품은 올해 하이마트 전체 매출 목표의 10%에 해당하는 수치로 다소 부담스럽다는 것이 유통가의 분석이다. 약정 판매량을 달성하지 못했을 때 미달금액 만큼의 연리 8%를 위약금으로 지급조항과 판매 미달 금액을 다음해로 이월시키는 부분도 부담스럽다. 하이마트는 일단 원활한 판매활동을 위해 대우전자의 광고 마케팅과 신제품 개발 등에서 협조를 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수가전 3강 재정립될까=섣불리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대우는 하이마트의 이번 결정 수용으로 채권분쟁으로 인해 잃었던 유통망을 확보하게 됐다. 따라서 그동안 내수·수출 양면에서 기를 펴지 못했던 대우전자는 최소한 내수시장에서나마 삼성전자·LG전자와 함께 가전업계 3강구도를 재정립할 희망을 갖게 됐다. 이번 결정으로 하이마트와 대우전자의 사내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밝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단 양사의 화해 무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하이마트 정병수 상무는 “의무적인 판매량이나 금액에 대해 따지기보다는 일단 양사의 신뢰를 바탕으로 실천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으므로 서로 믿고 협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고 대우전자의 이승창 상무 역시 “양사가 조정안을 수용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며 세부 실천방안 등은 실무협의를 거쳐 조정하면 될 일”이라고 양사의 협조관계에서 긍정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