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엔터테인먼트산업은 이제 영화에서 게임으로 주도권이 넘어오고 있다. 미국 IDSA(Interactive Digital Software Association)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북미지역 게임시장 규모는 94억달러로 할리우드 영화가 거둬들인 84억달러보다 10억달러 웃돌았다. 게임이 엔터테인먼트산업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우뚝서면서 세계 각국은 황금빛 게임시장을 놓고 ‘총성 없는 전쟁’을 불사하고 있다. 비디오 콘솔 게임의 본산인 일본에 맞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전면에 내세운 미국이 비디오 콘솔게임 주류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가 하면 영원한 마이너로 인식되던 한국, 중국 등은 틈새시장인 온라인게임 시장을 파고들며 게임선진국을 위협하고 있다. 황금빛 게임시장의 쟁탈전이 점화되면서 세계 곳곳의 게임명가들은 국가의 명예를 걸고 전장으로 달려가기도 한다. 세계 일류를 꿈꾸며 ‘세계게임대전’의 선봉에 선 각국의 게임명가를 찾아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주
‘우리가 지나가면 역사가 된다.’
중국 온라인게임 서비스업체 싼다(Shanda 대표 천티엔챠오)는 온라인게임의 세계사를 새로 쓰는 주인공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7월 한국 온라인게임 ‘미르의 전설 2’의 중국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회원이나 동시접속자수에서 세계 신기록을 연신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싼다는 ‘미르의 전설 2’를 서비스한 지 5개월만에 동시접속자 10만명을 넘나드는 세계 유력 게임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서비스 개시후 1년이 흐른 지난 7월에는 동시접속자 50만명이라는 유례없는 대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이는 온라인게임 종주국인 국내에서도 ‘리니지’ ‘포트리스’ 등 인기 게임이 동시접속자 20만명 고지를 쉽게 넘지 못했다는 점에서 가히 눈부신 업적이라고 볼 수 있다.
싼다는 이같은 성공을 바탕으로 최근 ‘신영웅문’ ‘포트리스2 블루’ 등 한국 온라인 게임을 연이어 중국에 서비스하며 새로운 신화에 도전하고 나섰다. 이미 지난달 말 시작한 ‘포트리스2블루’의 경우 3일만에 동시접속자수가 1만8000명을 돌파, 싼다 관계자들을 한껏 고무시켰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싼다는 지난 99년 온라인게임 개발업체로 게임시장에 첫발을 내딛었다. 처음에는 커뮤니티 게임과 보드게임을 자체 기술로 개발해 서비스하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당시만해도 중국내 인터넷 이용자가 거의 없는데다 게임의 완성도도 떨어져 프로젝트는 번번이 빛을 보지 못했다. 회사 관계자들은 시대를 너무 앞서 간 과오라고 자위해야 했다. 그러나 싼다는 지난해 ‘미르의 전설 2’를 중국에 퍼블리싱하면서 벤처기업에서 세계적인 온라인게임 퍼블리싱업체로 발돋움했다.
‘미르의 전설 2’는 중국시장에서 지난해 7월 시범서비스에 들어간 데 이어 11월 상용서비스로 전환, 현재 월 2만6400위안(한화 4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싼다는 이용자가 폭주하자 단일 온라인 게임으로는 가장 많은 150여대의 게임서버를 상하이를 비롯해 베이징, 광저우 등 중국 전역에 설치, 메머드급 온라인게임 서비스업체로서 위용을 뽐내고 있다. 또 상담직원만 120여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콜센터도 운영하는 등 온라인게임 서비스와 관련한 모든 분야에서 세계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그러나 싼다는 최근 중국에서 ‘게임중독’ 등 온라인게임의 사회적 역기능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경계대상 1호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가 등급제와 같은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가면 아무래도 가장 많은 유저를 갖고 있는 싼다가 타깃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싼다는 이에 대비해 밤 12시가 지나면 학생들이 게임에 접속할 수 없는 ‘학생선불카드’를 선보이는가 하면 중국 온라인게임 사상 처음으로 게임중독의 위험을 알리는 경고문구를 게임 초기화면에 올리는 등 온라인게임 역기능 차단을 위한 대책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싼다 천티엔챠오 사장(31)은 “미르의 전설2의 성공 비결은 서비스 정신을 앞세운 싼다의 탁월한 게임운영능력과 세계 최대 유저를 수용할 수 있는 앞선 과금결제시스템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라며 “향후 2∼3년 후에는 자체 개발한 온라인게임으로 중국은 물론 세계 온라인게임시장을 석권하는 메이저 기업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