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말 인텔이 야심차게 내놓은 신형 칩세트인 845E 칩세트를 탑재한 주기판이 소비자의 철저한 외면 속에 극도의 판매부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845E를 탑재한 주기판은 칩세트와 CPU간 데이터 처리 전송속도를 나타내는 FSB(Front Side Bus)를 기존 400㎒에서 533㎒로 상승시킨 것이 가장 큰 특징. 또 외부 주변기기와 PC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를 기존 USB1.1보다 40배나 빠른 USB2.0로 채택하는 등 한층 업그레이드된 시스템 속도를 구현할 수 있어 관련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제품은 출시 3개월이 지난 8월까지도 주기판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판매가 극도의 부진을 보이고 있다. 특히 845E 주기판의 판매부진으로 주기판 시장이 비아나 인텔의 구형 칩세트인 845D 등을 탑재한 저가 주기판 일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기판 업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저가 주기판은 이미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가격을 인하해 마진율이 극도로 악화된 만큼 업체의 수익성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관련 업체들은 845E 제품의 판매확대를 위해 이달 들어 관련 주기판의 가격을 기존 14만원대에서 11만원대로 파격적으로 낮추며 주기판 시장의 세대교체를 유도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뚜렷한 매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845E 제품이 이처럼 판매가 부진한 가장 큰 원인은 이 주기판과 가장 좋은 궁합을 보이는 FSB 533㎒를 지원하는 CPU의 가격이 아직도 너무 고가라는 점이다. 현재 CPU 시장은 FSB가 400㎒며 20만원대의 가격을 유지하는 1.8㎓, 2.0㎓ 등의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반면 533㎒를 지원하는 2.26㎓ 등의 CPU는 프로세서 가격만 30만원이 넘어 소비자가 가격부담 때문에 구매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845E 칩세트의 주기판 가격이 하락해도 CPU 가격이 아직도 높아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입 메리트가 떨어진다는 평가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현재 유통시장에서는 845E 주기판의 비중이 10%에 불과한 반면 845D는 40%, P4X266A 등 비아 계열의 칩세트가 50%대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대조를 보인다.
유통시장뿐만 아니라 PC 제조업체들도 아직 일부 고성능 제품을 제외하고는 845E 제품의 채택을 꺼리고 있어 메이커 PC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특히 인텔이 향후 발표할 신형 칩세트인 845PE의 출시가 당초 11월께에서 9월로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845E 제품의 시장 전망은 더욱 불투명하다.
이에 대해 주기판 업체인 엠에스디의 윤영태 사장은 “최근 업계에서는 인텔이 9월께 CPU 가격 인하를 실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845E 제품군도 9월부터는 다소 판매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하지만 더블데이터레이트(DDR) 333㎒를 지원하는 845PE 칩세트의 출시가 9월로 앞당겨질 경우 845E 제품의 수명이 의외로 짧아질 수 있어 현재 845E 재고를 줄이고 사태를 관망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