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이는 평생 세 번만 울어야 한다. 태어날 때와 나라를 잃었을 때, 그리고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나라 잃을 때의 눈물은 존재 이유가 거의 사라졌다. 따라서 현대 사나이는 두 번만 우는 것으로 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번 운 사나이가 있다. 어려서 부모님을 여읜 직장인 P씨는 새롬기술이 한창 잘나가던 99년 말 주당 21만원을 주고 새롬기술의 주주가 됐다. 이전에 주택구입자금으로밖에 목돈을 써본적이 없는 P씨는 또 한번의 ‘인생도약’을 꿈꾸며 새롬기술의 질주에 올라탔다.
하지만 그에게 지금 남은 것은 ‘눈물 젖은 주권’뿐이다. 그리고 소위 닷컴주들에 대한 환멸이 온 감정을 지배하고 있다. 반토막을 넘어 반의 반토막…40분의 1토막이 되기까지 주주인 그에게 배당된 것은 허탈과 눈물뿐이었다.
P씨를 세 번째 울린 그 새롬기술이 현재 경영권 분쟁에 휘말려 있다. 12일 공시를 통해 새롬기술의 최대주주가 됐다고 밝힌 새롬벤처스 홍기태 사장 측은 오상수 현사장이 전횡과 경영부실로 회사를 망쳤다며 새 출발을 다짐했고, 오상수 사장 측은 홍기태 사장이 새롬기술의 현금성 자금을 노리고 회사를 삼킨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일이 터지기 며칠 전 새롬기술 김지수 감사 등은 오상수 사장의 경영실패로 회사가 큰 손해를 입었다며 오 사장을 고발했고, 오 사장 측은 김 감사 등을 해임하기 위한 임시주총 소집 절차에 들어가 있다.
여러 세력간 다툼이라 각각의 주장과 논리가 난무하지만 어느 쪽도 P씨와 같은 소액주주의 입장을 들으려 귀기울이는 곳은 없는 듯하다. 오히려 ‘주주가 주가만 오르면 됐지 웬 참견이냐’는 냉소적 질시가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다.
주식회사는 자체 사업이익과 함께 주주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집단이다. 경영권 분쟁에 있어서도 주주의 의견이 반영되고,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구나 새롬기술처럼 그동안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힌 기업일수록 그것을 조금이라도 만회하기 위해 앞으로의 행보는 더없이 중요하다.
P씨를 네 번 울게 만들지 말라는 것이 새롬기술에겐 너무 무리한 요구일까.
<디지털경제부·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