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워버그 보고서 사전유출 확인

 지난 5월 국내 증시를 뒤흔든 UBS워버그증권 서울지점의 삼성전자에 대한 조사분석보고서 사전유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UBS워버그증권에 대해 지난 5∼6월 검사를 실시한 결과 1∼5월에 삼성전자·하이닉스·국민은행 등 11건의 분석보고서를 회사의 공식승인 시점보다 최장 6일에서 최단 1시간 전에 영업직원·고객 등에게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13일 밝혔다.

 이에 따라 UBS워버그증권이 삼성전자 보고서 사전유출 혐의가 확인돼 문책 기관경고와 함께 임직원 3분의 1 가량이 징계를 받았다. 또 메릴린치증권도 LG전자 등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사전에 유출한 것으로 드러나 주의적 기관경고를 받았다.

 메릴린치증권은 1월과 3월에 각각 LG전자와 한국전기초자에 대한 조사분석보고서를 내면서 회사승인 전보다 34시간·10시간 전에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10개 기관투자가들에 유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외국계 증권사에 대한 기관조치나 임직원에 대한 감봉 이상 조치를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외국계 증권사 중 점유율 1·2위를 다투는 두 회사를 상대로 증권사의 기업정보 사전유출 관행에 처음으로 손을 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두 회사는 앞서 2000년 외국인 고객의 주문정보를 주문 전에 전화·메신저 등으로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에 유출해오다 문책 조치를 받았으나 이후에도 계속 싱가포르투자청 등 100여개 기관투자가에 주문정보를 흘려온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금감원은 내달 중순까지 9개 외국계 증권사를 포함한 23개 증권사의 조사분석보고서에 대해서도 현장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혀 보고서 사전유출과 관련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번 조사는 분석보고서 사전유출 관련 규정이 개정된 지난해 5월 이후의 모든 실태를 대대적으로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국내 증시의 관행 등을 고려한다면 국내 증권사 사이에서 훨씬 많은 적발이 예상된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