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세계 1등 상품 숫자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특히 IT부문에서는 세계 1위 경쟁력을 확보한 상품(2000년말 현재)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급하다.
이는 최근 무역협회가 유엔의 국제교역통계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2000년 현재 우리나라 상품의 전세계 교역시장 경쟁력 조사에서 나타났다. 국제상품 분류(HS) 6단위를 기준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세계시장에서 1위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우리 상품은 96년 이후 해마다 감소, 지난 2000년에는 전체 5033개 품목 중 1.6%인 81개로 줄었다. 이 가운데 첨단 기술력을 요구하는 전기·전자 및 기계류 분야의 경우 모두 합쳐 10개 미만에 그쳤다.
한국 상품이 2000년에 세계 1위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한 81개 품목은 섬유류(32개), 화공품(13개), 철강금속(13개), 전기전자(4개), 기계류(3개), 수송기계(1), 기타(15개) 등으로 미국(1028개), 중국(731개), 독일(728개), 일본(379개) 등 경쟁국의 13분의 1에서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우리의 1위 품목은 염색면직물(37.4%) 등 섬유류에 대부분 집중됐고 전기·전자 및 기계류의 경우 에어컨(37.9%), 냉장고(23.2%), 음극선관(44.3%),보일러(23.9%) 등 단 7개 품목에 그쳤으며 정보기술(IT)품목은 단 한개도 랭크되지 않는 등 첨단 제품 경쟁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우리나라의 1위 품목수는 지난 96년 91개였으나 97년 85개로 크게 감소한 뒤 98년 85개, 99년 86개로 주춤하다가 다시 크게 줄어든 것이다. 반면 수출시장에서의 주요 경쟁국으로 떠오른 중국은 96년 487개에서 매년 크게 늘어나 2000년 731개로 증가했으며 미국도 96년 849개에서 2000년 1028개로 늘어났다.
우리나라는 1위 품목수뿐 아니라 10위권내 품목수에서도 1399개로 미국(4434개), 독일(4101개), 중국(2836개), 일본(2595개) 등에 비해 크게 밀렸다. 10위권내 품목의 경우 지난 96년 1248개에서 97년 1251개, 98년 1262개, 99년 1303개 등으로 점증했지만 이 기간 환율이 유리하게 작용한 점을 감안할 때 우리 상품의 경쟁력 향상에 기인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있는 우리 상품 숫자가 줄어드는 반면 주요 경쟁국들의 상품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우리 상품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90년대 중반부터 추진해온 세계 1등상품 개발작업을 무색하게 하는 결과다.
무역협회는 “기업들은 상품경쟁력 제고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하며 정부도 세계 일류상품 육성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함과 동시에 해외마케팅 및 브랜드 관리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국제경쟁력 약화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마련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한편 산자부는 지난해부터 세계 일류상품 발굴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산자부는 9월중 80개 품목을 추가로 선정해 연내 300개를 달성하고 2005년까지 모두 500개 세계 일류상품을 발굴·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숫자에 연연하기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정부의 육성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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