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바람이 나그네의 옷을 벗기기 위해 시합을 벌인 유명한 우화가 있다. 이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는 많겠지만 ‘생활자체가 날씨와 깊은 관계가 있다’는 실로 평범한 사실 자체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요즘 날씨 마케팅이라는 말까지 등장할 정도로 매출과 날씨의 상관관계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 이용도 날씨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이 지난 주 폭우때 극명하게 드러났다. 지난 한 주 동안 내린 강수량은 올 한해 강수량의 30%가 넘는 수준. 게임업계는 최악의 날씨 때문에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었다.
때마침 휴가철도 겹쳐 게임에 따라 동시접속자 수가 적게는 10∼20%, 많게는 100% 이상 늘어나고 회원 수나 매출도 5∼20% 이상 증가했다. 우화에 등장하는 바람처럼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방학 이벤트 등 각종 프로모션에 열올렸던 업체들로서는 대자연의 순리에 일단 무릎을 꿇는다는 반응이다.
한게임을 서비스하는 NHN은 지난 7일 정기서버점검 시간을 가졌다. 이 날은 전국적으로 호우주의보가 발령되고 강수량 최고 300㎜ 넘은 날. 서버 점검 때문에 무려 여섯시간 동안 사이트가 폐쇄됐음에도 불구하고 하루종일 내린 장대비의 여파로 일일 매출액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게임에 접속한 사람이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한게임은 지난 한 주 동안 동시접속자 수가 20%, 매출이 5% 이상 증가됐다고 말했다.
넷마블도 이번 폭우 기간 동안 신규회원 가입자 수가 크게 늘었다. 일일 신규회원 가입자 수가 평균보다 1만명 가량 늘어난 것. 동시접속자 수도 15% 이상 증가해 직원들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방학 특수에다 폭우 특수까지 겹쳐 휴가는 꿈도 못 꿀 정도다. 넷마블 방준혁 사장은 여름 휴가를 반납한 사원들에게 100만원의 상여금을 줄 예정이다.
넥슨에서 서비스하는 다수 게임도 동시접속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아스가르드’의 경우 동일한 요일, 동일한 시간대에 비해 동시접속자 수가 무려 2배 이상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평소 동시접속자 수가 1만명 가량인 이 게임은 지난 폭우 속에 사용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 동시접속자 2만명을 돌파했다.
이 밖에 ‘어둠의 전설’ ‘바람의 나라’ ‘퀴즈퀴즈’ 등도 동시접속자 수가 이 기간 동안 각각 50%, 30%, 10%씩 증가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방준혁 넷마블 사장은 “게임이용과 날씨는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며 “더운날, 흐린날, 추운날에는 사용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봄이나 가을처럼 날씨가 선선할 때는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