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의 기술견제와 중국으로 대별되는 개도국의 가격공세에 모터업계가 성장에 발목이 잡혀 있다.
정밀모터는 AV기기는 물론 공장자동화(FA)·사무자동화(OA)분야, 가전기기 및 자동차 등 각종 산업의 고도화·다기능화 추세에 따라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고 있는 핵심 구동부품이다.
그러나 기술력에서는 일본에, 가격경쟁력면에서는 중국 등 후발국의 거센 추격에 밀려 최근엔 설자리를 잃고 있다.
설상가상 전세계적으로 기술보호주의가 강화되면서 일본·독일 등 선진국에서 핵심기술 이전이나 제품 개발시의 핵심부품 공급을 기피, 국내 업체들은 신기술 개발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자체 개발을 하기에도 자금력과 전문인력이 태부족한 실정이다.
물론 모터업체들의 매출은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연간 매출이 5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업체 비율이 전체의 60% 정도에 달할 정도로 영세하다. 연간 매출규모가 작은 기업이 업계의 대다수라는 사실은 연구개발에 자금을 투자할 여력을 확보한 기업 수가 그만큼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력현황의 경우 모터산업에 종사하는 인력 가운데 대졸 이상의 고급인력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도 미흡하다. 특히 전체 모터 관련 인력의 20% 정도에 불과한 고학력 인력이 대부분 정부출연연구소와 삼성전기·LG이노텍·모아텍 등 대형 업체에 편중돼 있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도 최근 하나둘씩 긍정적인 면도 나타나고 있다. 에어컨·냉장고 등에서 사용되는 브러시리스DC(BLDC)모터와 컴퓨터 HDD를 구동하는 스테핑모터의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일정부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현재 스핀들모터는 LG이노텍·삼성전기·삼홍사 등이, 스테핑모터는 모아텍·삼홍사·마스터테크론 등이 모터를 생산하고 있다. 이밖에도 전체 생산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리니어모터·초음파모터·HB스테핑모터 등 새로운 종류의 소형 정밀모터 개발을 위한 벤처기업 및 소규모 업체들이 설립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재도약의 기로에 선 모터업계의 희망적인 또 하나의 소식은 마그네트·코일·볼베어링·소결베어링·다이케스팅·사출부품 등 핵심 원자재가 잇따라 국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국내 모터산업에 생기를 불어넣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아직도 나아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우선 전세계적인 모터기술의 진화 추세인 고효율화·고속화·고출력화에 맞춰 소형 정밀모터의 설계 및 제작 기술력의 지속적 확보를 통한 품질 향상이 시급하다.
또 그동안 관심에서 멀었던 항공기·첨단의료기기·정밀 계측기기·마이크로 로봇산업용 등 고기술·고수익 모터의 설계 및 핵심 요소기술의 개발도 병행돼야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모터산업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는 모터 생산업체간의 공동연구와 소품종 대량생산 품목과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의 특성화에 대비할 수 있는 체계적인 개발시스템 구축, 그리고 정부의 역할이 합쳐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환기자 daeba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