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 연구계가 인간게놈 프로젝트 이후 과제로 추진되고 있는 인간프로테옴프로젝트(HPP)의 연구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연구계획을 축소키로 하는 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7월 HPP 공식 참여를 선포하고 중국·일본보다 발빠르게 한국프로테옴기구(KHUPO)를 결성,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지역 프로테옴 연구의 주도권을 획득한 국내 연구진이 1년이 넘도록 연구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뒤늦게 프로테옴 연구에 나선 이들에게 주도권을 넘겨줄 위기에 처해 있다.
실제로 KHUPO는 국제 공동연구 참여를 위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당초 계획한 프로테옴 연구계획을 민간 차원의 연구로만 진행하는 방향으로 규모를 축소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KHUPO는 소규모로 인간 간과 폐의 단백질체 연구에만 매달리는 반쪽 연구에 주력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중국·일본·호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아시아·오세아니아 인간프로테옴기구(AOHUPO)에서는 ‘인간 간(River) 단백질체 연구사업(HLP)’을 추진키로 결정했으며, 11월 20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세계인간프로테옴기구(HUPO) 회의와 12월 19일 일본 스쿠바 회의를 통해 HLP를 국제 공동연구 프로그램으로 확정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간게놈 염기서열 초안 완성에 참여해온 중국은 400만달러의 연구비를 조성하는 등 세계 인간 프로테옴 연구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본은 앞으로 5년간 3000개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결정하는 ‘프로테인 3000 프로젝트’를 통해 7개 가량의 새로운 단백질구조센터를 설립할 계획이어서 국내 바이오연구계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일본이 계획하고 있는 3000개의 단백질 구조는 세계적으로 11개국이 참가하는 국제구조게놈기구가 5년 내 결정하려고 하는 1만개 단백질의 일부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KHUPO의 백융기 회장은 “포스트게놈 프로젝트인 프로테옴 연구의 주도권 획득은 국내 바이오산업계와 학계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였으나 연구비를 확보하지 못해 국제 연구의 주도권을 다 쥐었다 놓친 꼴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과기부 생명환경기술과 관계자는 “HPP는 인간게놈 프로젝트와 달리 세계 연구계의 공식적인 협약에 의한 공동연구가 아니라 프로테옴 연구자간 공동연구일 뿐”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예산을 편성하거나 연구분담금을 지원할 수 없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프로테옴은 유전체가 만드는 생체 내 단백질을 총칭하며, 프로테오믹스는 주요 단백질의 생화학적 과정을 규명해 신약개발 과정의 부가가치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