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생산자책임재활용(EPR)제 쟁점은

 환경을 책임지고 있는 환경부와 산업을 책임지고 있는 산자부가 휴대폰을 생산자책임재활용(EPR)제 대상품목에 포함시킬 것인지, 포함시킨다면 어떤 식으로 규제할 것인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부처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국무조정실의 중재에 들어간 이 문제의 쟁점은 시행시기·방법 등에 이르기까지 좀처럼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고 있다.

 

 ◇시행 시기는 언제

 △환경부 및 환경단체=당초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지만 반발을 고려해 1년을 유예해 2004년부터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폐휴대폰의 PCB에는 납·비소·카드뮴 등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고 연간 1000만대 이상 버려지는 만큼 시행 시기를 더 늦출 수 없다는 생각이다. 환경부의 조사에 따르면 폐휴대폰 발생량은 지난해에만 1290만대로 이중 재활용된 제품은 112만대뿐이었다.

 △업계 및 산자부=수출 전략품목인 휴대폰을 포함시키기 위해서는 신중한 사전검토가 필요하다. 선진국들도 아직 법적 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 최소한 3년 이상 유보해야 한다. 환경부가 제시한 통계는 현실성이 없다. 연간 1000만대 이상의 폐휴대폰이 버려진다면 쓰레기에서 쉽게 폐휴대폰이 발견돼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재활용비용은 얼마나

 △환경부=폐휴대폰 수집에 들어가는 비용 7500원/㎏, 운반비용 19원/㎏, 처리비용 271원/㎏으로 총 1만5290원/㎏이다. 그러나 업체들의 부담을 고려해 7790원/㎏으로 인하하겠다.

 △산자부=이동통신사업자와 지자체 분리수거 체제를 이용하면 폐휴대폰을 쉽게 회수할 수 있다. 이 경우 수집비용은 거의 들지 않으므로 재활용비용은 기존 TV·냉장고와 유사한 ㎏당 200∼400원 수준이 타당하다.

 

 ◇업계에 얼마나 부담 미치나

 △환경부=폐휴대폰 귀금속 회수 상용화기술 및 폐리튬이온전지 유가금속 회수기술이 오는 2003년 6월까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의해 개발될 예정이다. 또 한국컴퓨터리싸이클링에서 폐휴대폰 PCB의 재활용이 가능하며 코바에서 리튬이온전지 연간 900톤을 재활용할 수 있는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재활용의무량 및 재활용비용을 조정하면 휴대폰업계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재활용비용을 1만5290원/㎏에서 7790원/㎏으로 인하하고 1차연도 재활용의무량도 발생량의 10% 수준인 130만대로 책정하면 연간 13억원 정도의 추가부담이 발생할 뿐이다. 공제조합을 이용하면 재활용의무계획 승인·증명·확인 등의 행정절차에 따른 부담도 완화할수 있다.

 △산자부=유가금속 추출 기술개발은 2003년 6월에 개발완료되나 공장건설 및 상용화 준비에는 1∼2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한국컴퓨터리싸이클링은 현재 휴대폰 PCB 재활용을 위한 시험공장 운영을 검토중이고 코바는 리튬이온전지에 대한 처리실적이 없는 등 민간의 준비도 안돼 있다. 1차연도는 13억원 정도의 부담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배터리·충전기까지 포함하면 37억원에 이른다. 재활용의무량도 계속 증가하는 데다 EPR 관리인력 및 시스템 구축 등이 모두 기업부담으로 작용한다. 공제조합을 활용하면 관리비용 부담이 줄어든다고 하지만 업체별 부담금 산출, 실사 등 필요한 절차를 감안하면 관리 부담문제는 여전히 기업에 귀착된다.

 

 ◇분리수거는 어떻게

 △환경부=EPR 제도는 기존 예치금 반환절차 등 예치금제도의 운영상의 어려움 때문에 업계에서 도입을 주장했다. EPR 제도는 생산자에게 재활용의무를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재활용비용 부담은 원칙적으로 생산자가 책임져야 한다. 지자체에 분리수거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EPR 제도 취지상 맞지 않기 때문에 휴대폰은 판매업자(이동통신업체 대리점)를 통해 역회수하거나 생산업자가 별도 역회수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 지자체에 대한 분리수거 의무의 부여를 통해 생산자가 회수·운반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것은 맞지 않다.

 △산자부=이미 잘 구축된 지자체 분리수거 체제와 시장기능에 의한 중고휴대폰 재판매 채널을 활용할 경우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생산업자로 하여금 별도 역회수 채널의 구축을 의무화하는 것은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현재의 소비자 행태를 볼 때 소비자도 폐휴대폰 한 개당 750원을 준다고해도 시간과 차비를 들여가면서 생산업자의 역회수 채널을 활용하지 않을 것이다.

 폐전자제품의 효율적인 재활용을 위해서는 폐전자제품의 적절한 회수가 필수적이며 지자체의 분리수거를 통해 이를 달성할 수 있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