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50명이 넘으니까 한눈에 들어오지 않더라구요.” 모처럼 만난 한 벤처기업 CEO가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을 털어놓는다. 직원이 적었을 때는 생일이며 대소사까지 일일이 챙겨가며 가족처럼 지낼 수 있었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이름조차 정확히 외우기도 힘들 지경이라 했다.
소수정예 인원의 몸집 가벼운 기업들에서 볼 수 있는 ‘수평조직문화’가 휘청거리는 상황이다. 수평조직의 가장 큰 장점은 업무에 대한 권한위임과 아울러 빠르고 원활한 사내 커뮤니케이션이다. 특히 CEO와 직접 대면하고 대화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CEO의 경영철학과 기업의 비전 공유가 수월하다. 이미 내부적인 공감대가 탄탄하게 형성되어 있어 의사결정과 수행은 신속하게 진행된다. 구성원의 수가 많아질수록 기업들은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아이디어 회의나 CEO와의 직접적인 대면은 기대조차 하기 어려워지고 커뮤니케이션의 소외로 인한 업무차질이 종종 일어나기도 한다. 사내 커뮤니케이션은 무엇보다 비전을 공유하고 목표를 향해 함께 가는 보이지 않는 끈을 만드는 바탕이다. 그런 이유에서 많은 기업들은 고민하고 있다.
최근 안철수 사장은 독특한 e메일 경영을 도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내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e메일을 수시로 보낸다. 단지 업무와 회사에 관련된 내용 외에도 월드컵에서 얻은 교훈, 안철수 사장 자신의 가치관, 올바른 독서법과 추천도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각들을 글로 옮겨 전하는데 분량 또한 A4 용지 2∼3장에 이른다고 한다. 매주 정성껏 씌여진 CEO의 e메일을 읽으며 직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적어도 소홀해지기 쉬운 인간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만들어가기 위한 CEO의 노력만큼은 직원들의 가슴에 와닿을 것이 틀림없다.
사보, 사내방송, CEO의 메일이나 카드 등 원활한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방법들은 다양하다. 어떤 방법이든 일방적이 되면 곤란하다는 점을 명심하자. 직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나 메일은 친밀성과 시간절약이라는 장점 덕에 기업문화를 유지하는 데 탁월하지만 진정한 효과를 거두려면 반드시 피드백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가슴을 두드리는 메시지를 전하고 귀를 기울이는 자세를 가진 CEO는 전직원을 하나된 이미지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