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장악하고 있는 국내 사무용 프로그램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넥스소프트·한글과컴퓨터·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등이 다음달부터 잇따라 MS에 대응할 제품들을 출시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주)마이크로소프트(대표 고현진)가 다음달 1일부터 오피스 제품군 중 하나인 엑셀 프로그램의 국내 판매 가격을 전격 인하, 공급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엑셀 프로그램의 가격을 한번도 내리지 않은 MS의 이같은 결정은 후발업체들의 제품 출시에 앞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시장을 고수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해석돼 앞으로 사무용 프로그램 시장을 둘러싼 MS와 후발업체간 치열한 한판승부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MS는 고객에 따라 최하 30만원선에서 최고 47만원선에 판매되고 있는 엑셀 프로그램의 가격을 국내에서만 최대 17% 인하하기로 결정하고 이같은 내용을 최근 판매 협력업체에 전달했다. MS는 그동안 환율 변동 등의 이유로 엑셀의 가격을 정기적으로 조정해 왔으나 대부분 소폭 인상된 가격이었으며 이처럼 가격을 대폭 내린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MS 관계자는 가격인하에 대해 “그동안 오피스 패키지 판매에 주력하다보니 엑셀 등 단품 제품에 대한 마케팅이 소홀했다”며 “금융 고객 등은 오피스 전체가 아니라 엑셀만을 구매하기 원하며 이러한 틈새고객 발굴을 위해 가격을 인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MS가 오피스 시장이 어느 정도 포화상태에 이른데다 오는 9∼10월께 엑셀을 포함해 MS 오피스 제품에 대응할 만한 경쟁 제품이 잇따라 출현하는 데 따른 대응전략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전자 훈민정음 개발팀이 분사해 설립한 넥스소프트(대표 이상근)는 10월 9일 엑셀에 버금가는 기능을 갖춘 표계산 프로그램인 넥셀을 출시할 예정이다. 특히 넥셀은 가격이 10만원 안팎으로 가격 경쟁력이 매우 뛰어난데다 엑셀과 동일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채택해 기존 엑셀 사용자를 적극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한글과컴퓨터(대표 김근)도 넥스소프트 측과 오는 10월 출시될 한컴오피스 신 버전에 넥셀을 탑재, 기능을 보완해 기존 한컴오피스 가격인 16만5000원대에 판매하기로 하는 등 토종 업체들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도 스프레드시트·워드·파워포인트 등 MS 오피스 제품에 버금가는 기능에 국내 판매가격이 10만원대인 스타오피스를 9월중 국내에 출시하기로 하고 현재 임베디드 리눅스 전문업체인 미지리서치(대표 서영진) 등과 총판계약을 협상하는 등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이에 따라 MS의 엑셀 제품 가격인하와 함께 새로운 경쟁 제품의 대거 등장으로 하반기 국내 오피스 시장에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MS 국내 총판의 한 관계자는 “MS가 국산 경쟁 제품의 출현을 신경쓰지 않는다고 애써 부인하고 있지만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모두 갖춘 경쟁 제품의 등장을 모른척 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MS는 물론 후발주자들도 사무용 프로그램의 신규 시장 개척을 위해 다양한 마케팅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여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판매경쟁이 뜨거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