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기차시대를 맞이하며.

 도로 위를 공해없이 달리는 전기자동차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그동안 시험개발에 머물던 전기자동차가 실질적인 산업단계로 진입하는 푸른 신호가 속속 날아들고 있다.

 전기자동차 전문업체인 ATTR&D는 지난달 자동차산업의 메카인 미국에서 로열티를 받고 국산 전기차를 연 3만대씩 현지 생산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 지난 12일 옵티라이더는 자사의 일인승 전기자동차로 전남 해남에서 임진각까지 무려 538.9㎞를 종단하는 행사를 펼쳐 국산 전기자동차의 주행 성능을 과시했다.

 이번 국토종단행사에 투입된 전기자동차는 쏟아지는 폭우를 헤치며 전 코스를 고장없이 완주해 전기자동차가 번잡한 우리나라 도로상황에서도 신뢰할 만한 교통수단임을 입증한 셈이다. 이미 승용 목적의 전기자동차·전동트럭이 수백대씩 국내 양산단계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머지 않아 다양한 모양의 전기자동차들이 도로 위를 달리는 광경도 낯설지 않게 될 전망이다. 그동안 미래의 교통수단으로 간주되던 전기자동차가 어느새 우리 일상생활로 다가오게 된 것이다. 전기자동차는 그 자체가 전기·전자부품의 집합체로서 경제적 파급효과가 클 뿐만 아니라 무공해 교통시대의 주역이기 때문에 국내 자동차산업이 반드시 선점해야 할 황금시장이다.

 이처럼 현실로 다가온 전기자동차시대를 맞아 우리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전기자동차의 보급을 가로막는 법률적 인프라를 현실에 맞도록 개선하는 것이다.

 현행 우리나라의 자동차관리법에는 전기자동차에 관련한 법률 규정이 아예 없다. 국내에서 전기자동차는 기본적인 형식승인 취득조차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국산 전기자동차업체들은 첨단 전기차량을 농기계로 등록하거나 몰래 무허가 운행을 하는 촌극까지 연출하고 있다.

 외국처럼 나라에서 보조금까지 지급하며 전기자동차 보급에 힘써달라는 부탁도 아니다. 전기자동차를 합법적인 교통수단으로 정부가 인정하기만 하면 된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국산 전기자동차의 처녀주행에 가속페달을 밟아주길 바란다.

 <산업기술부·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