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PVR시장은 사실상 현시점에서 세계 유일의 성장세를 보이는 시장이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유럽시장이 취약해져 있어 힘을 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시장은 사실상 세계 PVR시장의 전부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미국내 PVR 급성장세는 PVR가 갖고 있는 콘텐츠 복사저장 기능 때문에 일부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올연말 고비로 빅뱅=미국은 세계 방송관련 장비·영상기기의 개화와 확산을 보여주는 시금석 같은 시장이다. 전세계에 공급되는 TV·VCR·DVDP 등의 영상관련 장비의 30%가 미국시장 수요다. 포레스터리서치가 7월까지 판매된 PVR(셋톱박스) 자료를 바탕으로 추정한 올해 미 PVR시장은 케이블방송용 10만대, 위성방송용 240만대 등 총 300만대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어 2003년 600만대, 2004년에는 1000만대, 2005년 1200만대의 폭발적 증가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할리우드의 영화사들과 케이블방송사들은 PVR 녹화시 광고 생략기능 등을 비롯, 프로그램 불법복제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데 불만을 갖고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공략포인트는 위성방송·케이블업체=미 시장의 급속한 PVR 팽창에도 불구하고 주요 공략대상은 유료로 영상콘텐츠를 서비스하는 위성방송 및 케이블방송업체에 국한된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케이블방송업체나 스카이TV처럼 유료로 서비스하는 대신 일괄적으로 공급하는 SO업체들로 PVR 또는 저장기능을 가진 셋톱박스시장을 주도하는 메이저 고객이다.
케이블방송용 제품공급사로는 모토로라·SA 등이 대표적이다. 위성방송사업자인 에코스타· 디렉TV는 서비스사업자이자 주요 PVR 수요자다. 이들 외에 위성방송서비스 빅3인 티보·리플레이·얼티밋TV 등의 공략여부가 급팽창하는 시장개척의 열쇠다. 이런점에서 상대적으로 지난해 말부터 디렉TV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오는 9월 2차 공급에 들어가는 LG전자와 최근 공급준비에 나선 삼성전자 등이 상대적으로 수출대박의 물꼬를 틀 핵심 플레이어로 유력시 된다.
다른 한축인 지상파방송용 PVR시장은 오픈마켓으로 이미 파나소닉·필립스·소니 등이 경합하고 있다. 국내업체들은 이러한 시장상황 변화를 읽고 대비에 나서고 있지만 미약한 게 사실이다. 400달러대가 기본인 북미시장의 PVR는 방송프로그램안내(EPG)를 채택한 데이터방송서비스를 기본지원하며 DVD플레이어까지 장착한 1000달러대 HDTV로 전환되는 추세라는 점이다.
◇국내업체들의 수출시장 대응=미 PVR시장이 폭발세를 보이고 있으나 국내업체들의 대응은 아직까지 초기 진입을 위한 모색단계다. 하지만 케이블 지상파 PDP·프로젝션 방식 등 다양한 디지털TV 보급이 확산일로에 있는 가운데 셋톱박스시장의 동반확대에 따라 저장기능을 추가한 PVR 시장확대는 당연시 돼 시장개척 노력이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다. 물론 여기에서는 미국의 SO를 대상으로 한 브랜드 인지도 마케팅 교섭력 등에서 우세한 LG나 삼성이 우세한 게 사실이지만 기술력을 가진 중견 벤처기업들도 황금시장에 대한 개척노력이 시급한 시점이다. 실제로 삼성전자·LG전자·대우전자·디지털앤디지털·휴맥스 등 셋톱박스 제조업체들의 국내외 PVER시장 공략전략은 올 연말께 돼서야 뚜렷한 윤곽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가 이달 말부터 PVR 제품을 본격 생산, 시장확대를 위한 프로모션을 진행할 예정인 정도다. 디지털앤디지털과 대우전자 등도 아날로그 프로그램 녹화용 PVR를 개발, 일본·유럽·미국 등지로 판매시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