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아젠다 U코리아 비전>제5부(3)공간간 기능융합과 재배치

제5부 u코리아 건설

 1. 전자국토 종합개발계획

 2. 한국의 정보화 어디로 가고 있나

 3. 공간간 기능융합과 재배치

 4. 세종로 1번지에서 유비쿼터스 주소 시대로

 5. 제3공간화 지표

 6. 제3공간 경영과 국가정보화 비전

 7. u코리아 기본전략

 8. u코리아 액션플랜

 9. u코리아 법제와 조직

 10. u코리아를 위한 개인/기업/정부 역할

 11. u코리아 리더십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이 함께 발전할 때 진정한 국가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농촌과 도시의 균형적인 발전이 20세기 선진국의 모습이라면,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의 균형적인 발전이야말로 21세기 선진국가의 모습이다. 이런 차원에서 제 3공간은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한 지렛대 역할을 하게 된다.

  모든 공간이 도시화될 수 없듯이, 모든 공간이 전자공간화될 수는 없다. 국가사회의 모든 기능을 도시가 제공할 수 없듯이, 전자공간만으로 사회가 운영될 수는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도시화의 최종 단계는 농촌의 공동화가 아닌 도시와 농촌간의 균형된 발전이다. 마찬가지로, 전자공간의 궁극적인 발전도 물리공간과의 조화로운 공존을 지향한다. 전자공간과 물리공간이 조화되고 융합된 공간이 바로 제 3공간이다.

  따라서 제 3공간을 향한 국가발전 전략은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을 어떻게 서로 융합하고 상호간 적절한 기능을 재배치할 것인가에 초점을 둔다. 공간간 기능융합과 재배치는 상호 보완적인 정책 방향이다. 공간 간 기능 재편이 각 공간의 고유성과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공간과 기능의 적합성을 강조한다면, 공간 간 기능 융합은 양 공간에 배치된 기능들의 자연스러운 연계를 지향한다.

  전자공간과 물리공간 간의 기능 융합과 재배치 논리는 국가사회의 기능을 재편함으로써 양 공간의 발전을 최적화시킬 수 있다는 데 근거한다. 이같은 최적화는 두 공간 사이에서 발생하는 공간 시너지 효과에서 출발한다. 정보화와 네트워크화의 발전으로 분산됐던 다양한 플랫폼과 조직체들이 상호 연합하면서 시너지 효과는 정보화의 상징처럼 인식돼 왔다. 이미 컴퓨터와 통신과 방송 부문의 통합으로 인해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는 정보화의 중요한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보화 단계에서는 시너지 효과도 제한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제 3 공간의 공간 시너지 효과는 그 범위와 영역이 무한대로 확장될 수 있다.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의 양 공간을 넘나들며 연쇄적인 파급 효과도 불러올 수 있다. 전자공간과 물리공간의 융합이 가져올 시너지 효과는 물리공간이 갖는 장점인 효율적인 실물 재화의 유통 기반과 전자공간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 극복성과 양방향적 커뮤니케이션을 적극 활용하는데서 출발한다.

  더욱이,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의 융합은 그 속에 존재하던 모든 기기와 기능, 그리고 사물간의 융합으로 이어진다. 전자공간에서 인터넷과 방송이 융합됐다면,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이 융합되는 제 3공간에서는 통신공간은 물론이고 일상적인 생활공간까지도 하나로 융합된다. 이를 통해 공간 시너지 효과는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확대되고 제 3공간은 거대한 공간 시너지 효과의 잠재력을 지니게 된다.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의 융합은 각 공간에 분산된 여러 기능들의 유기적인 연계에서부터 출발한다. 공간간 기능들이 상호 연계를 통해 공생적 ·협력적 관계를 도모할 때, 제 3 공간 시대에 걸맞는 소비자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온라인 가구 쇼핑 몰의 경우 제품에 대한 소개, 구매 의사결정, 물리공간의 매장으로의 유도는 전자공간 상에서 수행하고, 유비쿼터스 카드 등을 통한 실제 구입은 물리공간의 매장에서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고객의 신뢰를 구축하고 만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처럼 전자공간과 물리공간의 수익성을 모두 극대화할 수 있는 지점에서 제 3공간 시대에 맞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한다.

  물리공간과 전자공간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공간 기능 재배치를 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양쪽 공간에 불필요하게 중첩되거나 산재돼 있는 기능들은 공간 시너지 효과에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간간 구조조정전략이 요구된다. 공간간 구조조정은 정부, 금융 그리고 교육 등 공공부문과 기업의 활동 구조에서 어떤 기능을 현실공간에서 퇴출시키고 전자공간으로 진입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국가혁신 정책이다.

 예컨대, 무려 4300여종에 달하는 각종 민원서비스를 온라인화하는 전자정부 구현 과정에서 효율성과 편리성에 초점을 두고 전자공간 상에서만 처리해도 되는 사안과 형평성과 공공성의 보장을 위해 양쪽 공간 모두에서 수행해야 하는 대상을 공간간 재배치의 관점에서 조정하자는 것이다. 민간 부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쇼핑몰을 구성하는데 있어 물리적인 전시 공간을 필요로 하는 상품이 있는가 하면, 상품에 대한 전문적인 정보를 위해 물리공간보다는 전자공간을 필요로 하는 상품이 있다. 동일한 종류의 상품인 도서에 있어서도 전시 공간을 필요로 하는 도서가 있는가 하면 전자 공간으로 충분한 도서도 있다. 어느 공간이 개별 상품과 서비스에 더 친화적인가를 검토함으로써 그 귀속 공간을 지정해 주는 제자리 찾기야말로 공간간 구조조정전략의 출발점이자 공간 혁신(space innovation)의 지름길이다.

  공간간 구조조정은 공간 설계(space design)를 기초로 이뤄진다. 먼저 공간을 결정한 뒤에야 기능 재배치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각 공간에 분산된 기능들의 활동 무대는 물리공간이나 전자공간이 아니라 양 공간이 긴밀하게 연계된 제 3공간이어야 한다. 제 3공간에 대한 구도와 비전이 공간간 구조조정에 선행돼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전자공간과 물리공간을 긴밀하게 연계할 수 있는 칩과 센서들의 네트워크를 구성해 제 3공간의 구조를 설계한 다음, 각 기능들의 배치가 결정돼야 한다.

  향후 전자공간과 물리공간은 그 기능적 특성에 따라 고유한 공간으로 발전하고 이를 상호 보완하는 융합 공간으로서 제 3 공간이 형성될 것이다. 따라서 전자공간과 물리공간, 그리고 제 3공간의 기능 재편은 단순한 기능적인 분화를 넘어 거대한 사회구조의 재편으로 이어진다. 이같은 사회 구조의 재편은 필연적으로 권력과 지배질서의 재편을 불러온다. 이는 공간간 기능 재편과 제 3 공간으로의 융합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결국, 제 3 공간을 향한 전자공간과 물리공간의 분화와 융합은 공간간 기능 재편과 연계, 그리고 제 3공간으로의 융합과 새로운 모색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변증법적 순환으로 이해될 수 있다. 순환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것이 먼저냐가 아니고 순환이 멈추지 않고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제 3공간을 향한 정책적 노력은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의 역동적인 관계 변화를 토대로 한다. 따라서 제 3공간의 개척에는 그만큼 역동적인 정책이 요구된다.

 <공동집필>

 하원규 ETRI 정보화기술연구소·IT정보센터장 wgha@etri.re.kr

 김동환 중앙대·공공정책학부 교수 sddhkim@cau.ac.kr

 최남희 국립청주과학대·행정전산학과 교수 drnhchoi@cjnc.ac.kr

 

 ◆공간 충돌과 u코리아

 u코리아는 전자공간과 물리공간의 조화 및 융합과 함께 양 공간의 충돌이라는 관점에서도 이해될 수 있다. 전자공간의 급속한 성장은 물리공간과의 충돌을 불러왔다. 전자공간은 끊임없이 영토를 확장하고자 하며, 물리공간은 전자공간의 도전에 저항함으로써 기존의 영토를 고수하고자 한다. 전자공간의 음악 파일 공유를 막으려는 음반 업체들의 저항은 대표적인 공간 충돌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공간 충돌은 양극화, 중첩화, 융합화의 세가지 방식으로 해소될 수 있다. 양극화는 어느 한 공간의 일방적인 승리를 의미한다. 중첩화는 양 공간의 부분적인 공존을 의미한다. 그리고 융합화는 양 공간의 유기적인 연계와 통합을 의미한다. 전자공간과 물리공간의 충돌을 야기했던 MP3 음악 파일의 경우 양극화, 중첩화, 융합화라는 세가지 상이한 경로로 진화될 수 있다. 먼저 MP3 음악 파일이 전자공간에 존재하는 동시에 물리공간에서도 음반이 활발하게 거래된다면, 이는 양 공간에 기능이 공존하는 중첩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MP3 음악 파일이 전자공간에서 활발하게 교환됨으로써 물리공간의 음반 거래가 중단된다면, 이는 전자공간으로 기능이 일원화되는 양극화라고 할 수 있다. 거꾸로 법원이 전자공간상에서의 MP3 음악 파일의 교환을 금지한다면, 물리공간으로 기능이 일원화되는 양극화 현상이 발생한다. 마지막으로 전자공간상에서 MP3 음악 파일이 교환될 때마다 일정한 비용을 음반 회사에게 지불하도록 하는 경우, 전자공간과 물리공간이 연계되는 융합화 현상이 발생한다.

  공간 충돌이 양극화, 중첩화, 융합화의 어느 방향으로 진화할 것인지는 기술적인 요인 뿐 아니라 제도적인 요인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전자공간의 빠른 확산은 공간 충돌의 영역을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따라서 전자공간에 대한 정부 정책에는 공간 충돌 문제를 보다 효율적인 관리할 수 있는 방안도 포함돼야 한다.

  공간 충돌을 어떤 경로로 전개시킬 것인 지를 결정하는 것 자체가 국가사회 전체의 공간 구조조정 전략이자 공간 혁신 전략이다. 그럼에도 그동안의 공간 혁신은 국가차원에서 주도 면밀하게 연구되고 계획돼 왔다고 보기 어렵다. 그보다는 개별적인 사안에 따라 민간부문에서 소송이 제기되고 이에 대해 사법부가 판결하는 양상으로 전개돼 왔다.

  미래의 공간 구조를 결정하는 중대한 국가 정책을 사법부의 판단에만 맡기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공간 충돌의 진화 방향은 우리나라 공간 혁신의 방향이자 미래 공간 구조를 결정하는 국가적인 중대 사안이다. 따라서 전자공간과 물리공간, 그리고 제 3 공간 문제를 국가적인 정책 결정 대상으로 생각하는 국민적인 인식 전환이야말로 u코리아를 향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