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기기업체인 슈마일렉트론이 최근 AMD CPU를 내장한 통합주기판를 출시한 것과 관련해 AMD코리아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는 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슈마일렉트론은 이달 초 ‘듀론XP1200+’ CPU를 탑재한 통합주기판를 출시했다고 밝혔으나 이 CPU가 AMD의 CPU 브랜드를 임의로 개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AMD의 CPU는 크게 듀론과 애슬론 계열로 구분되며 듀론은 1.0㎓·1.2㎓ 등으로, 애슬론은 XP1700+·XP1800+ 등으로 표기하고 있어 듀론XP1200+라는 제품군은 찾을 수 없다.
문제가 된 슈마의 ‘K7A ALL’ 주기판는 실제로는 AMD의 듀론 850㎒ 제품을 탑재하고 있으며 시스템버스(FSB)를 기존 100㎒에서 105㎒로 오버클로킹한 후 CPU의 이름을 새롭게 붙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슈마일렉트론 측은 “‘K7A ALL’의 제조사인 대만 ECS가 FSB를 오버클록해 바이오스를 듀론XP1200+라는 이름으로 제작하는 등 실제 동작 클록에 맞춰 이름을 다시 붙이는 퍼포먼스 레이팅 마케팅 기법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슈마에서도 소비자들의 불필요한 오해를 살 것을 우려해 제작사 측에 듀론 850㎒라는 이름으로 제작된 바이오스를 요구했으나 이를 받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듀론XP1200+라는 이름을 사용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AMD코리아 측은 ‘K7A ALL’ 주기판는 AMD가 공인한 주기판이 아닐 뿐만 아니라 CPU 브랜드를 임의로 개명해 사용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이미 갖고 있는 AMD의 제품 라인업 인식에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AMD코리아의 관계자는 “‘K7A ALL’ 제품이 AMD의 CPU 브랜드를 개명해 사용한 것과 관련해 제조 경위를 홍콩·대만 등의 지사와 연계해 조사한 결과 제조사인 대만 ECS가 바이오스 이름을 임의로 바꾼 것이 확인됐다”며 “슈마 측에 이 사실을 알리고 제품을 모두 수거해 CPU 이름을 정정한 후 판매하도록 권고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태가 확대되자 슈마일렉트론은 최근 듀론XP1200+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제품을 모두 회수해 패키지 디자인에 듀론 850㎒ CPU가 탑재됐다는 것을 명기했으며 2차로 출시되는 물건에는 아예 듀론XP1200+라는 이름을 넣지 않고 제품을 출시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다.
슈마일렉트론의 박병규 상무는 “문제 발생 후 제품을 재빨리 수거해 수정조치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듀론XP1200+로만 표시된 제품을 구매해 피해를 본 사례는 거의 없다”며 “이번 사태는 AMD타이완과 ECS가 CPU 공급과정에서 제품 표기 문제로 오해가 생겨 발생한 문제인 만큼 양사의 협의 결과에 따라 ECS에서 향후 수정된 바이오스를 발표하면 소비자들에게 이를 신속히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슈마의 수정조치로 이번 사태가 일단락될 전망이나 사태와 관련해 당초 AMD타이완 측에서 ECS에 듀론 850㎒ CPU를 공급하며 ECS가 AMD 프로1200+라고 CPU 이름을 개명하도록 용인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어 자칫 AMD 측도 소비자들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