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의 거미손 류중희 이사(46). GIS전문업체 캐드랜드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암벽 마니아로 불린다.
텁수룩하게 구레나룻을 기른 류 이사의 얼굴을 보면 어딘지 모르게 산사나이 출신임을 직감할 수 있게 된다.
“암벽등반은 마치 대자연이 인간에게 내주는 퀴즈와 같아요. 암벽을 짚고 한 걸음씩 딛고 나가면서 자연에 동화되다 보면 한 문제 한 문제를 신중하게 풀어나가는 퀴즈의 한 가운데 있다는 느낌입니다.”
그가 암벽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대학 재학시절. 연세대학교 산악회에서 활동하면서 동아리동료들과 함께 암벽등반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그는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긴 지금까지도 연세대 산악회 출신들로 구성된 ‘연세 산악회’ OB모임 회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산과의 질긴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대학시절 프랑스 알프스 산악의 해발 4300m 레쿠르트 암벽을 정복한 경험은 그에게 가장 인상에 남는 소중한 추억이다. 류 이사는 물론 국내에서도 웬만한 암벽등반 코스는 두루 거쳤다.
그가 주로 찾는 곳은 전북 고창 선운산이다. 이곳에서의 암벽타기 묘미는 타 본 사람이 아니면 아무도 느낄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강원 원주 간현암과 인수봉, 선인봉의 암벽도 좋아하는 코스다. 지금도 주말이면 바쁜 일정 가운데도 짬짬이 틈을 내 암벽등반 장비를 메고 산으로 향한다.
평일에도 그는 몸이 근질거려 참을 수 없다. 그렇게 해서 그가 일주일에 두세 차례씩 찾아가는 곳은 실내 암장.
“암장에서라도 암벽타는 기분을 느껴야 상쾌해집니다. 특히 바쁜 업무 때문에 피곤할 때는 암벽 위에서 피로를 풀곤 하지요. 암벽이나 빙벽 등반이 때론 위험하기는 하지만 마니아들은 그 맛이 마치 잊을 수 없는 첫사랑과 같습니다.”
요즘에는 그는 연세산악회 동료들과 미국 요새미트 국립공원의 암벽이나 프랑스 알프스의 암벽등반을 꿈꾸며 설레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GIS 응용 애플리케이션업체인 우대칼스에서 근무하는 김영씨(29)는 자타가 공인하는 자전거 마니아다. 그는 아침 출근시간이면 어김없이 자신의 애마(?)인 자전거를 타고 한남대교를 가로지른다.
그가 한남동 집에서 회사가 있는 양재동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가량.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출근길 도로에 늘어선 자동차를 유유히 지나치는 기분은 좋기만 하단다.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자전거 통근은 매우 즐거워 지겹다는 생각보다는 기쁨이 더 큽니다.”
여건만 된다면 자전거 통근도 해 볼 만하다고 권하는 그는 적극적으로 자전거 타기를 추천한다.
그를 자전거 안장에 올라 앉게 한 것은 서울의 극심한 교통체증. 회사 위치가 전철역에서 멀어 전철을 탄 후 마을버스로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에 매일 아침 출근길이 짜증스러웠다고 한다. 게다가 콩나물 시루 속 같은 버스와 전철에도 이골이 났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일요일 특근이 있어 자전거로 출근을 했던 김씨는 아침이 주는 상쾌함을 느끼고 그후부터 자전거 통근을 시작했다.
자전거 통근이 고작 2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는 복잡한 속 출퇴근 전쟁에서 구해준 은륜의 매력에 푹빠졌다고 거침없이 얘기한다. 어렸을 때부터 자전거 마니아였던 그는 매일 자전거를 달리며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유년기 소망을 자전거 통근으로 풀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자전거로 출퇴근할 생각입니다. 건강도 다지고 교통비를 줄여 경제적으로도 절약되니 이게 바로 일석이조 아닙니까.”
그는 오늘도 복잡한 도심을 가로지르며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는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