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부터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추가 대상 품목에 오디오기기가 추가돼 법제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가운데 전문 오디오업체들이 경영 위기감 속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18일 전자산업진흥회와 이트로닉스·태광산업·아남산업·롯데전자 등 중견 오디오업체들은 올해 3000억원 규모의 시장에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내구성 제품인 오디오를 당장 적용 대상으로 삼는 것은 무리라며 재고요청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환경부가 오디오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도 없이 법제화를 강행한 데 대해 업계가 항의하는 등 마찰을 빚고 있다.
◇불투명한 행정으로 혼란과 마찰 초래=환경부는 지난 3월 한국환경산업정책연구원 등의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폐기물 처리 주체와 전자산업진흥회 등을 초청해 ‘용역결과 간담회’를 가졌다. 하지만 업계는 “오디오업체를 초청해 공청회를 가졌다”는 환경부의 입장에 대해 “한차례의 간담회만을 갖고 공청회를 가졌다고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작 재활용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당수 오디오업체들은 최근까지 이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부랴부랴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모 대기업 AV사업 관계자는 “전혀 몰랐지만 환경부안대로 간다면 결국 이를 제품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오디오업체들은 환경부를 방문해 항의 데모를 하자는 의견까지 내놓을 정도로 불투명한 행정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도 높다. 환경부는 “이 제도 시행과 관련, 그동안 오디오업체들의 반발이 있다는 얘기는 전혀 없었다”며 “관계 부처의 일부 이견도 대부분 합의가 됐다”고 주장했다.
◇‘오디오 적용은 시기상조’=오디오업체들의 목소리는 세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오디오가 적어도 10년 이상 사용하는 내구재여서 당장 적용할 시점은 아니며 더욱이 중견 전문 오디오업체들은 IMF사태 이후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산업차원의 부담감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대기업들은 가전에서 10% 전후, 휴대폰의 경우 20%대의 높은 이익률을 보였지만 전문 오디오업계의 순익은 3%대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하다.
이에 따라 업계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오디오업계의 중국행 가속화와 산업공동화가 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측은 “가전품에 EPR를 일괄적용한 EU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는 점진적 도입을 한 만큼 상황은 오히려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산업계·소비자 모두 피해자=업계는 이제 막 홈시어터시스템(HTS)시장 활성화 분위기를 타면서 경영활성화를 모색하는 단계에서 내년부터 이 제도를 적용하게 되면 (㎏당 194원) 환경부의 ‘자원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의 최대 피해자는 오디오업계가 되리란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입장이다.
환경보호란 대의명분을 거스르긴 어렵지만 오디오기기가 갖는 내구성, 업계의 경영상황, 산업적 현실 등을 감안하면 유예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자산업진흥회와 관련 업계는 “당장 내년부터 오디오를 EPR 대상품목에 추가하는 것보다는 시간을 두고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건설적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