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 더 뉴스>이경준 KTF 사장

기자:취미 생활은 어떻게 하시죠?

 이경준 사장:취미 없는데요.

 기자:그럼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내시나요?

 이 사장:일하는데요. 짬나면 공부 하구요.

 기자:일 말고 다른 활동 하는 건 없으시나요?

 이 사장:없습니다. 시간나면 공부합니다.

 기자:그래도 머리를 식힐 만한 활동이 있을 텐데요.

 이 사장:아침에 조깅하는 것 정도가 취미면 취미겠네요.

 

 작업복 차림의 소탈한 모습으로 기자를 대한 KTF의 이경준 사장(54). 어딘지 어눌한 말투와 몸짓은 기업이 아니라 교단이나 연구소에서 만나야 할 사람이라는 분위기를 풍긴다.

 그러나 간결한 그의 어법에선 단호함이 배어나온다. 그래서 그를 ‘외유내강형 경영감각을 갖춘 CEO’라고 평하는지 모르겠다.

 일하는 게 취미라고 할 정도로 일에 파묻혀 지내는 이 사장은 사진기자를 위해 양복 저고리를 입고 포즈를 취해 달라는 요청에도 연신 ‘쑥스럽다’며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아마도 살아오는 동안 취미활동 자체가 사치스럽게 여겨질 만큼 바쁘게 보냈기 때문이리라.

 그의 경력은 실제로 여느 CEO들과는 색다른 면이 있다. 명문고·명문대·해외유학 등 소위 엘리트코스를 밟은 CEO들과는 거리가 멀다. 고교 졸업후 체신부 군산우체국 말단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말 그대로 ‘주경야독’하며 정상의 자리에 오른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지난 78년에 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과에 입학해 92년 불혹의 나이를 넘긴 44세에야 비로소 ‘학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78년말엔 제14회 기술고시에 합격했으며 91년에는 엔니이어 사회의 최고 명예작위인 기술사 자격을 따냈다. 이외에도 지난 73년 공무원 대상 해외연수 시험에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해 독일 우정성에서 네트워크 설계 등 통신 신기술을 익혔다. 지난 86년부터 88년까지 3년간 미국 AT&T에 파견근무하는 등 사내외 연수과정을 통해 다양한 해외 경험도 갖췄다.

 이렇게 오랜 동안 갈고 닦은 이 사장의 능력은 90년대 중반에야 비로소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때는 우리나라 통신이 본격적으로 도약하기 시작한 때다. 그의 활약과 통신산업의 발전과는 상관 관계가 있다.

 그는 지난 94년 KT 광대역ISDN개발추진단, 초고속통신관리단 등의 국장으로 재임하며 초고속인터넷서비스의 개발을 주도했다. 97년에는 KT의 네트워크본부를 거쳤으며, PCS사업의 맹아기라 할 수 있는 98년부터 2001년까지는 KTF 네트워크부문장으로 있으면서 경쟁사를 능가하는 통화품질 개발의 기초를 다졌다.

 이 사장은 이후 KT 수도권서부본부 본부장을 거쳐 지난 2월에는 KT의 ‘두뇌산실’이라 할 수 있는 기획조정실장을 맡아 민영화추진단을 이끌며 KT 민영화에 기여해왔다.

 공부가 ‘취미’라는 말도 그대로다. 그는 KT의 임원 생활을 하면서도 틈만 나면 대학원으로 직행했다. 연세대학교 산업대학원, 서울대 행정대학원 정보통신·방송정책과정, 서울대 행정대학원 국가정책 과정 등 거의 쉼도 없었다.

 그런데 기조실장을 하면서 그는 유일한 취미도 접어야 했다. 이 사장은 “기조실장 자리는 생활 자체가 경영서적”이었다며 “매일 보고받고 판단하면서 업무를 통해 공부를 한 셈”이라고 말했다.

 KTF 사장으로 부임한 지 아직 한달도 안됐으나 그만큼 KTF를 잘 아는 사람도

없다. 망 구축에 직접 참여해 구석구석을 잘 안다. 그는 이 망을 바탕으로 KTF를 세계적인 통신사업자로 만들기 위한 전략을 짜고 있다.

 “전임 이상철 사장은 단기간에 1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해 기네스북에 KTF를 올렸으며 전임 이용경 사장 역시 한솔엠닷컴과의 합병을 사상 최저의 비용으로 성사시키는 등 탁월한 업적을 쌓았기 때문에 KTF의 CEO 자리가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면서도 이 사장은 전임 사장들이 일궈온 성과를 바탕으로 경쟁사를 반드시 누르겠다는 포부를 잊지 않는다. “각종 지표상으로는 현재 경쟁사에 비해 확고히 1위라는 것을 찾기 힘듭니다. 단번에 1위로 뛰어오른다기보다는 작은 부분에서 1위를 하고 이게 많아지면 전체 1등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생각하는 일등의 비법은 단순하다. 기본부터 착실히 다진다는 원칙이다.

 이 사장은 가입자 유치 경쟁이 아니라 고객을 만족시키는 우수한 서비스를 만드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 그는 “이동전화시장이 포화됐고 경쟁도 심해 매출증가는 둔화하거나 정체할 수도 있다”면서 “이를 돌파하려면 동영상전화, 멀티미디어메시징 서비스, 위치추적서비스 등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것밖에 없으며 분명히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에게선 ‘히딩크’ 냄새가 난다. 다만 히딩크와 달리 말을 잘 하지도, 제스처가 화려하지 않을 뿐이다.

 말단 엔지니어에서 최고의 통신사업자의 CEO 자리까지 꿰어찬 대목에선 박지성이나 김남일 선수와 같은 성공신화가 보인다. 드러나지 않은 어시스트형 미드필더였다가 이젠 스트라이커 자리를 맡은 그가 상대 골문을 향해 얼마나 멋진 골을 넣을지 주목된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이경준 사장 프로필

 

 △78년 제14회 기술고등고시 △79년 체신공무원 연수원 △80∼86년 장거리전신전화건설국, 중앙전신전화회선통제국 △86∼88년 미국 AT&T 파견 △91년 전기통신기술사 △94년 한국전기통신공사 광대역ISDN 개발추진단사업계획국장 △95년 한국전기통신공사 초고속통신관리단 종합계획국장 △97년 한국전기통신공사 네트워크본부 시설운용실장 △98년 한국통신프리텔 네트워크부문장 △2001년 한국통신 수도권서부본부장 △2002년 KT 기획조정실장(전무이사) △2002년 KTF 대표이사 사장

 

 상훈

 1996년 대통령표창

 1996년 제8회 정보문화진흥상 국무총리상 (한국정보문화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