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타워]환경부의 이해못할 태도

 환경보호는 지구촌 최대의 화두가 아닐 수 없다.

 환경보호와 이를 위한 자원재활용의 책임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있다. 소비자에게 초점이 맞추진 것이 쓰레기분리수거제라면 생산자에게 맞춰진 것은 폐기물예치금제다.

 그런데 폐기물 예치금제는 취지와 달리 큰 문제에 봉착해 버렸다. 이 제도는 생산자가 일정액의 예치금만 물면 모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생산자에게 자원 회수나 재활용 의지를 부여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생산자책임재활용(EPR)제도는 폐기물예치금제를 보완·개선하기 위해 생겨났다. 재활용의무 비율을 제시해 생산자가 쓰레기 발생단계부터 최종 처리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에 거쳐 폐기물 발생 요인을 최소화하고 재활용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환경을 책임지고 있는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최근 이해하지 못할 태도를 계속 보이고 있다. EPR제도에 대한 처사 때문이다. EPR제와 관련한 논란을 지켜보면 환경부가 과연 EPR의 근본취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조차 궁금하다.

 단적인 예가 쓰레기분리수거제 병행에 대한 입장이다. 산자부와 업계는 휴대폰과 같은 소형제품도 대형제품과 마찬가지로 분리수거 대상에 포함시키자고 주장하고 있다. 분리수거를 하지 않으면 회수에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가구나 TV 같은 대형 쓰레기는 이미 분리수거 대상으로 지정돼 있어 회수에 큰 도움을 주고 있으며 재활용 면에서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환경부는 EPR제가 생산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이기 때문에 소형제품 분리수거는 가당치 않다는 입장이다. 생산자의 책임을 지자체에 떠넘기는 꼴이라는 게 그 이유다. 환경부는 대신 휴대폰의 회수비용이 많이 든다며 재활용비용을 다른 제품보다 수십배 높게 책정해놓고 있다.

 재활용비용에 대한 산출 근거는 차치하고라도 높은 비용부담은 생산자가 아니라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EPR제는 책임 소재보다 회수율을 높이는 데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차피 소비자에게 돌아갈 부담이라면 분리수거를 통해서라도 회수비용을 떨어뜨리는 게 소비자를 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비용산출은 그 다음이다.

 휴대폰이야 EPR 대상에 포함시킨다 하더라도 휴대형 카세트·MP3플레이어·전기면도기 등 소형제품은 어찌할 것인가. 이 제품들은 일반쓰레기와 함께 버려져도 괜찮은지 모를 일이다.

 또 하나 같은 소형제품인데도 왜 하필이면 휴대폰만 EPR 대상이 돼야 하는지도 아리송하다. 환경부는 휴대폰의 PCB 때문이라고 하지만 PCB가 있기는 다른 소형제품도 마찬가지다. PCB가 내장돼 있는 소형전자제품들이 버려지는 숫자는 휴대폰보다 적지 않을 것이다.

 환경부는 이해하지 못할 태도 때문에, 휴대폰업계가 돈을 잘 벌기 때문에, 환경개선특별회계를 살찌우려 애써 대상품목에 포함시키려 한다는 의혹마저 받고 있다. 이 같은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굳이 휴대폰에 국한하지 말고 소형전자제품 전반에 대한 명확한 실태조사를 통해 EPR 대상 포함 여부를 재검토해야 한다. 또 EPR 대상에 포함시켜야 할 경우에는 기존 시스템을 포함해 회수율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강구해야 한다.

  <유성호 정보가전부 차장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