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채널을 놓고 방송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사이에 정책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과대광고 심의부터 경품행사 규제, 소비자 보호, 유선방송사업자(SO) 출자제한 문제까지 사사건건 방송위와 공정위가 의견 차이를 보여 홈쇼핑업체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방송위가 최근 개정한 방송법과 공정위의 공정거래법·표시광고법·소비자보호법 등 관련 법령조차 서로 맞지 않아 홈쇼핑업체의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홈쇼핑업체는 중복 업무에 대한 부담감은 물론 상이한 정책과 일원화된 감독관리 체제의 부재로 기업 운영에 직간접적인 피해를 감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와 방송위는 과대광고 선별 기준에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방송위는 새로운 온라인 유통 채널이라는 점을 고려해 상품이나 가격 면에서 어느 정도 배려를 해주는 입장인 반면 공정위는 일반 유통업체와 똑같은 기준으로 광고를 심의하고 있다.
공정위는 △정상가격으로 팔면서 ‘대폭 할인’으로 광고하는 행위 △근거없이 ‘특별가·할인가·대박’ 등의 용어 사용 △실제 수량은 많으면서 ‘OO개 한정판매, OO개 선착순 판매’ 등의 표현을 쓰거나 ‘주문쇄도 마감임박’과 같은 소비자 오인 유발 표현 등 주로 부당한 가격할인이나 세일행사를 골자로 세부지침을 마련하고 단속중이다.
하지만 이미 홈쇼핑 출범 때부터 자체 심의를 통해 과대와 허위 광고를 제한해 온 방송위는 가격보다는 식품 오남용 행위 등 주로 상품 자체에 대한 규제를 우선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방송위에서는 별다른 제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정위에서는 경고나 시정조치를 받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홈쇼핑 측은 “방송위도 따지고 보면 공정위가 만든 표시 광고법에 준해 과대광고를 심의하고 있지만 심의결과를 보면 공정위와 방송위의 판결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며 “같은 사안에 대해서조차 부처간 의견이 서로 맞지 않아 실무자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경품행사에 대해서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방송위는 구매고객만을 대상으로 경품행사를 광고, 표현할 때는 위반 행위에 해당된다는 데 반해 공정위는 경품행사 광고 표현뿐 아니라 경품이 구매고객 단 1명에게라도 지급이 된다면 무조건 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범위를 넓혀 잡고 있다.
방송사업자 표시규정 역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방송위는 방송광고와 관련해 특별한 규정이 없는 데 반해 공정위는 ‘전자상거래 등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을 들어 방송할 때 △상호 및 대표자 성명 △주소·전화번호·전자우편주소 △통신판매업 신고번호 등을 반드시 표기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급기야 방송위와 공정위는 최근 홈쇼핑업체의 SO 출자 제한과 관련해 상반된 입장을 보여 업체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4월 공표된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들어 ‘자산 규모 5조원 이상 기업집단에 대해서는 100% 출자를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방송위는 공정거래법에 준하도록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한다고 하면서 예외 조항을 통해 ‘홈쇼핑 사업자는 SO 소유 지분에 대해 공정거래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이 때문에 예외 조항에 포함되는 자산 70조원 규모의 LG홈쇼핑과 포함되지 않는 CJ39쇼핑(4조8000억원), 현대홈쇼핑(3조2000억원) 등은 법 조항의 형평성을 놓고 불필요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홈쇼핑업체는 “공정위와 방송위의 정책이 일관성 없고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도 입장 차이가 너무 커 홈쇼핑 정책이 마치 부처간 힘겨루기로 비쳐지고 있다”며 “중복 업무는 물론 신규 사업이나 마케팅 정책을 수립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