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닷컴 - 레드스톤 비아컴 회장

 온라인과 오프라인 기업의 통합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시킨다며 화려하게 출발했던 대형 미디어 기업들이 속속 쓰러지고 있다. AOL타임워너, 비방디 등은 막대한 부채와 주가 하락으로 비틀거리고 있고 한때 최고의 스타 대접을 받았던 최고경영자들은 불명예 퇴진을 감수해야 했다. 세계 최대의 미디어기업 AOL타임워너는 회계 부정 의혹과 경영진 갈등을 수습하기에 급급하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3위 미디어그룹 비아컴의 보수적인 경영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CBS, MTV, 파라마운트영화사, 비디오 체인점 블록버스터 등을 거느린 비아컴은 매출액 기준으론 세계 3위지만 시가총액으론 약 672억달러로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올 수익증가율은 두자릿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비아컴은 경쟁사와는 달리 인터넷 기업과의 통합에 신중히 접근해 신미디어와 구미디어 사이의 합병이 제대로 시너지를 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비아컴의 이런 행보 뒤엔 섬너 레드스턴 비아컴 회장(79)의 통찰력이 있었다. 영화관 운영사인 내셔널어뮤즈먼트 회장, 전미극장주협회장 등을 지내며 엔터테인먼트 산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인터넷 등 뉴미디어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신·구미디어의 결합은 수익성이 의심스럽다”며 신중한 자세를 지켰다. 1999년엔 로버트 피트먼 AOL 사장의 인수제의도 거절했다. AOL타임워너, 비방디 등이 곤두박질 치는 동안 비아컴은 CBS 인수와 광고시장 회복으로 착실히 성장했다.

 레드스턴 회장은 닷컴 열풍에서 한발짝 떨어져 있으면서도 인터넷 미디어의 가치를 인정하고 현실적으로 관련사업을 펼쳐 갔다. MTV의 웹사이트는 음악 다운로드, 콘서트 티켓 예매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TV와 인터넷을 접목했다. 현재 비아컴은 MTVi, CBS인터넷 등의 인터넷 사업을 하고 있다. 레드스턴 회장은 “인터넷 기업들의 가치가 지나치게 높게 평가돼 있다”며 “경쟁사들은 인터넷으로 인한 사람들의 생활양식 변화에 대해 성급하게 판단했다”고 말한다.

 2차대전 참전용사인 레드스턴 회장은 1947년 하버드대학 법대를 졸업하고 법조인으로 사회에 첫발을 디뎠다. 1954년 내셔널어뮤즈먼트에 합류해 줄곧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몸담아 왔다. 어린이암연구재단의 회장을 지내는 등 폭넓은 사회봉사 활동을 펼치는 한편 하버드대학의 초빙교수로 교육에도 열심이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