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을 위한 첨단 보조장비들이 수요 부진으로 사장될 위기에 처해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무선안경마우스·시각장애인용 컴퓨터·전자의수 등 장애인을 위한 첨단 보조장비들이 잇따라 개발, 상품화되고 있으나 정부의 무관심과 수요 부진으로 보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엘바이오텍(대표 전영삼)은 팔이 불편한 장애인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안경 마우스 개발에 성공했으나 양산단계에서 이를 포기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장애인단체인 정립전자와 함께 사업화를 위해 노력했으나 예상 수요가 크지 않고 자금력마저 따라주지 않아 양산 포기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개발에 성공한 무선안경마우스는 마우스를 이용하지 않고 안구의 상하좌우와 깜박임 등 움직임을 컴퓨터 제어신호로 활용해 컴퓨터를 작동, 손의 운동 능력이 마비된 장애인들이 손쉽게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힘스코리아(대표 윤양택)는 3년간 17억원을 투자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휴대형 컴퓨터를 개발, 지난 4월 출시했으나 지금까지 70여대 판매에 그쳤다. 이같은 부진은 상당수 장애인들이 가격 부담으로 제품 구매를 외면한 때문으로 회사측은 분석했다.
회사측 관계자는 “제품가가 외산 대비 무려 40% 가량 저렴하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는 대다수 장애인들이 구매를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수요 타개를 위해 수출 길을 모색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제품은 컴퓨터 가상현실 기술 중 촉각과 음성인터페이스 기술을 이용해 시각장애인이 손쉽게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휴대형 컴퓨터다.
대한의수족연구소(소장 이승호)는 팔 절단 장애인을 위한 전자의수를 외산대비 40% 이상 낮은 700만원∼1000만원대에 발표했으나 수요부진으로 고심하고 있다. 이 제품은 장애인의 의도에 따라 팔꿈치·팔목·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움직일수 있어 장애인들의 정상 생활을 보조할 수 있으나 워낙 고가여서 매기가 일지 않고 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이처럼 장애인을 위한 첨단 보조장비들이 수요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고가의 제품가도 그것이지만 상당수 장애인들이 경제적인 기반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제품 보급을 위한 정부의 무대책도 한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장애인용 제품에 대해선 상품화 즉시 부가세를 면제해주는 등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장애인을 위한 첨단 보조장비들은 상품화단계에서 결국 사장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정신장애·지체장애·시각장애 등의 장애인은 약 117만8471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