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의 구축비용이 소요된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의 구매 B2B창구 ‘바츠닷컴’이 당초 기대와는 달리 운영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밝혀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바츠닷컴은 정식 문을 연 지난 4월 이후 현재까지의 거래액이 400억원에도 못미치고 있고 거래품목도 각종 장비 및 설비 경매사업에 한정돼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비교적 온라인거래가 용이한 것으로 알려진 기업소모성자재(MRO) 구매물량도 1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전체 구매액이 연 24조원이고 이 가운데 생산자재를 제외한 원자재 구매액만도 4조원에 달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그 배경에 완성차 및 e마켓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앞서 바츠닷컴은 지난해 시스템 개발 후 수차례에 걸쳐 오픈시기를 늦추는 등 그 운영상의 미숙함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안팎에서는 기존 오프라인 구매부서와의 갈등 및 업무협업에서의 문제점을 꼬집으면서 이번 기회에 바츠닷컴의 ‘온라인 구매기능 강화’ ‘취급품목 확대’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이와함께 e마켓업계도 바츠닷컴의 운영사례가 전통기업들의 기존 구매형태를 온라인방식으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바츠닷컴은 연간 총 24조원에 달하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전체 구매를 온라인화하기 위해 만든 사설 e마켓플레이스. 완성차 업계와 e마켓업계는 이에 따라 수직계열화된 자동차산업 공급망의 특성상 바츠닷컴이 우리나라 최초의 e프로큐어먼트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바츠닷컴의 지향점이 궁극적으로 공개형 e마켓플레이스라는 점 때문에 완성차업계 전체의 구매 e비즈니스를 한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돼왔다. 여기에는 정몽구 회장의 장남이면서 경영기획팀을 맡고 있는 정의선 전무가 추진 당시부터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왔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모아왔다.
현재 바츠닷컴의 납품 회원사로 등재된 회사는 총 400여개로 대부분이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의 1차 협력업체로 알려지고 있다. 한 협력사는 “4월 이후 자동적으로 바츠회원에 등재됐지만 아직 대부분의 협력사들은 기존 오프라인 구매를 통해 납품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측은 “아직은 시스템을 시험하는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현대기아차의 전체 생산자재 20조원을 제외한 나머지 원·부자재 4조원에 대한 구매창구로서의 당초 역할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바츠닷컴 기획팀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의 납품메커니즘은 납품처가 한번 정해지면 4∼5년간은 유지되기 때문에 직접자재와 개발자재 등의 구매조건을 온라인으로 교섭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당분간 MRO, 원자재쪽 거래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가 향후 하이스코, 현대모비스, 위아, 본텍, 위스코 등 부품 계열사들의 납품물량을 바츠닷컴으로 옮길 경우 활성화에 물꼬를 틀 수 있지만 이 역시도 공정거래법상의 문제 등 현안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명승욱 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