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디스플레이업계는 물론 모든 정보통신(IT)인들의 눈이 한국 굴뚝업종의 대명사인 ‘섬유의 도시’ 달구벌로 쏠리고 있다.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과감한 투자로 라이벌 일본을 제치고 디스플레이 초강국으로 부상한 한국 첨단 정보디스플레이 기술의 오늘과 내일이 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간 대구에서 전세계를 대상으로 화려하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한국 디스플레이산업의 위상과 연구개발능력을 세계 만방에 선보일 수 있도록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마련된 ‘IMID2002’(International Meeting on Information Display: 국제 정보디스플레이 학술대회 및 전시회)가 바로 화제의 현장이다.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한국디스프레이연구조합·전자신문 등 한국 디스플레이산업을 이끌어가는 3개 기관이 공동으로 마련, 21일 오전 대구컨벤션센터(EXCO)에서 막을 올리는 IMID2002는 디스플레이 분야의 신기술 및 시장 현황에 대한 정보교환을 통해 기술개발을 촉진, 우리나라가 세계 최강으로 위상을 굳히는데 크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IMID2002엔 또 액정디스플레이(LCD), 플라즈마디스플레이(PDP), 유기EL, 전계발광소자(F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시장을 선도할 평판디스플레이(FPD) 전 분야의 연구개발 동향이 집중적으로 소개되는 학술대회와 FPD모듈, 관련 소재, 부품·장비 신제품이 대거 출시되는 전시회가 함께 열려 세계의 이목을 더욱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이번 IMID2002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한국이 이제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의 반열에 올랐기 때문. 한국은 수십년간 디스플레이시장을 이끌어온 브라운관(CRT)시장을 평정했으며 FPD의 리더인 TFT LCD시장도 일본과 대만을 누르고 1위에 올랐다. 유기EL이나 PDP 등 차세대 FPD분야에서도 일본 등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전세계 디스플레이업계는 물론 전후방 관련업계의 눈과 귀는 이제 한국으로 향해 열려있다. 그런만큼 한국의 최신 제품과 연구개발 트렌드가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는 IMID20002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유사한 학술대회나 전시회라도 개최국의 위상에 따라 세계의 관심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마치 세계 컴퓨터 대국 미국의 ‘컴덱스쇼’나 이동통신 최대 진영인 유럽 ‘세빗’이 열릴때마다 전세계의 눈이 쏠리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IMID2002는 시기적으로 볼 때 개최국인 우리나라에도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가 큰 행사다. 무엇보다 총체적인 IT경기 침체 속에서 ‘나홀로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FPD산업이 명실상부한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앞으로 세계 1위자리를 확고히 굳힐 수 있는지, 신기술을 주도해 나갈 수 있는지 등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시험대가 바로 IMID2002기 때문이다.
세계는 지금 반도체에 이어 FPD산업의 헤게모니를 잡기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에 돌입했다. 대만은 반도체 성공신화를 FPD로 이어가기 위해 범국가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FPD 기술의 원조 미국과 유럽은 차세대 정보디스플레이 신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한국에 1위자리를 내준 일본은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탁월한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따라서 이번 IMID2002는 한국이 경쟁국의 불꽃튀는 추격전 속에서 명실상부한 FPD부문 1위자리를 굳히기가 가능할지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FPD산업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선 상황에서 IMID2002가 마련됐다는 점도 의미있는 대목이다. FPD산업은 TFT LCD부문의 급성장세에 힘입어 ‘포스트 반도체’시대를 주도할 새로운 국가 기간산업으로 입지를 굳혔다. 산업규모도 고성장을 지속, 이미 TFT LCD 하나만으로도 연간 80억달러를 넘는 매머드급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내년엔 PDP와 유기EL시장까지 열리며 ‘FPD 100억달러’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주력상품으로서도 디스플레이가 갖는 위력은 대단하다. 디스플레이는 현
재 생산량의 대다수가 로컬 또는 직수출되기 때문. 한국전자산업진흥회에 따르면 디스플레이 수출 규모는 지난해 71억4000만달러에서 올해는 95달러로 급신장할 것으로 보인다. 100억달러 수출 시대가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총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는 5%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D램과 마찬가지로 디스플레이는 세계 1등상품으로서 국내업체들이 가격 결정권을 확보, 엄청난 부가가치와 이익 창출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것도 디스플레이산업이 갖는 매력이다. 생산된 제품 대부분이 PC에 응용되는 D램과 달리 디스플레이는 ‘디지털’ ‘네트워크’ ‘모바일’ 등의 화두로 대별되는 정보화의 급진전과 시공을 초월한 멀티미디어 시대의 도래로 컴퓨터, 이동통신, 자동차, 산업용기기, 의료, 우주·항공, 정보가전 등 거의 전 산업에 응용되고 있다. 이에따라 전반적인 국내 IT산업 경쟁력 강화에 미치는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다.
이번 IMID2002는 또 국내 산·학·연 등 연구계의 차세대 정보디스플레이 연구를 촉진하는 기폭제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21일부터 사흘간 전개되는 IMID2002에는 LCD, PDP, 유기EL, FED 등 FPD모듈 전 분야와 관련 소재·부품·장비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FPD 전문가들이 총 258편의 연구논문을 발표될 예정이다.
특히 구두 발표 논문의 절반 가량이 해외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여서 IMID2002는 바야흐로 세계적인 권위의 국제 디스플레이 학술대회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함께 LCD, PDP, 유기EL, FED 등 FPD 전 분야의 최근 연구동향과 신기술 개발 트렌드가 비교·소개됨으로써 절대강자가 없는 FPD기술의 헤게모니가 어느쪽으로 기울지도 관심거리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은 디스플레이 강국으로서의 이렇다할 학술대회 하나 없어 자존심이 상했던 국내 디스플레이 연구계의 숙원이 IMID2002로 어느정도나 풀릴 것이냐는 점.
김용배 한국정보디스플레확회 회장(IMID2002조직위원장)은 “이번 행사는 IMID가 세계 디스플레이 최강의 명성에 걸맞게 미국의 ‘SID’나, 일본의 ‘IDW’와 같은 국제학술대회로 발돋움하느냐, 못하느냐를 가름할 것이란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디스플레이 강국으로 올라섰지만 관련 인프라스트럭처면에서는 여전히 ‘2류’에 불과하다”면서 “IMID2002가 이공계 기피현상 속에서 고급두뇌를 디스플레이 쪽으로 다시 불러모으고 정부와 관련기관의 관심을 유도, 인프라 확충을 이끌어냄으로써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디스플레이 초강국으로 거듭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