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부품업체들은 탄탈전해콘덴서다.’
탄탈전해콘덴서가 알루미늄전해콘덴서·적층세라믹콘덴서(MLCC)의 영역 침범으로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수동부품업계가 개도국과 선진국의 협공에 밀려 맥을 못추고 있는 현실을 빗대고 하는 말이다.
상당수 수동부품업체들은 일본 등 선진국들의 기술력에 밀리고 있으며 중국 등 후발주자들로부터는 가격경쟁력에 힘에 겨워하는 딱한 처지에 놓인 실정이다.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가 집계한 산업통계자료에 따르면 콘덴서·저항기 등 수동부품 수입량은 수출물량을 넘어서 무역수지를 악화시키는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수동부품산업 무역수지는 98년까지 흑자 기조를 유지했으나 99년 적자(3억2358만7000달러)로 돌아선 이후 2000년(4억5321만6000달러), 2001년(6억305만달러) 등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전자부품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저부가 제품인 수동부품은 이미 국내에서는 경쟁력을 상실했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룩슨·캡슨·레론 등 중국 부품업체들은 저가 부품으로 세트업체의 가격 요구에 탄력있게 대응하며 세계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무라타 등 일본 업체들도 중국에서 고부가 제품인 칩부품의 대량생산체제를 구축, 한국 업체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삼성전자 구매팀의 한 관계자는 “기술력·신뢰성은 있지만 생산원가를 낮출수 있는 내부 프로세서가 취약, 선진국과의 가격경쟁력에 점점 밀리고 있는 것이 국내 수동부품업체들의 현주소”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업체들의 미래가 암울한 것만은 결코 아니다. 무엇보다 부품 신뢰성·기술력에선 중국보다 월등하다는 것을 자신감이 아직 살아있다. 삼영전자·삼화콘덴서·필코전자·삼성전기 등 수동부품업계를 대표하는 국내 업체들은 중장기적인 전략 수립에 들어가 반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삼영전자의 한 관계자는 “범용 부품생산의 경우 해외 비중이 65% 가량 차지하고 있다”며 “알루미늄박 등 원자재의 자급률을 높이고 해외 생산설비를 대폭 증설하는 등 중국의 저가 전략에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도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이동통신단말기와 디지털전자기기의 급속한 수요확대로 칩콘덴서·칩저항 등 칩부품의 수요가 늘 것으로 판단, 고적층·대용량의 제조 기술을 확보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세트의 소형화에 발맞춰 초소형 크기의 칩부품을 개발, 단가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만회한다는 전략이다. 일례로 가로세로가 6×3㎜ 칩 저항기는 기존 10×5㎜ 제품에 비해 부피는 60% 정도 작지만 공급단가는 10배 이상 비싼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기존 백화점식 사업구조에서 탈피, 특화된 품목에 역량을 집중하고 세라믹 등 원자재의 국산화율을 높이는 한편 수동부품에 대한 복합기술과 환경친화적인 제품 기술 확보에 힘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