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유통시장에서 그레이제품이 사라지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용산, 테크노마트 등지의 조립PC 및 단품 유통시장에서는 정식 유통채널을 거치지 않고 소규모 수입유통업체에 의해 판매되는 그레이제품의 비중이 급속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업계에서는 지난해까지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HDD 중 30% 이상이 그레이제품이었으나 최근에는 시장 전체물량 중 5%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물량이 급속히 줄어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직도 CPU 시장에서는 인텔과 AMD사의 공식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 출시되는 그레이제품의 비율이 30∼40%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매우 대조를 보이는 부분이다.
특히 비교적 고가에 형성됐던 맥스터와 IBM 등의 HDD 제품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레이제품의 비중이 최고 50%에 이를 정도로 기승을 부렸으나 최근에는 10% 아래로 감소해 가장 큰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그레이제품이 시장에서 급속히 사라지고 있는 이유는 지난해말부터 HDD업체들의 경쟁이 가열되며 시게이트, 맥스터, 웨스턴디지털, IBM 등 제조사 구분없이 제품가격이 급속히 하락해 상대적으로 그레이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컴퓨터부품 전문 가격정보사이트인 다나와의 정보에 따르면 19일 현재 거래되는 IBM HDD는 공식 대리점인 인텍앤컴퍼니와 넷컴이 공급하는 30Gb 7200vpm 제품의 최저가가 17만원으로 중소 수입상들이 내놓은 그레이제품의 최저가와 동일하다.
맥스터 HDD 제품은 공식 대리점인 카르마코리아가 공급하는 60Gb 7200vpm 제품의 최저가가 12만6000원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그레이제품은 도리어 1만4000원 가량 비싼 14만원에 거래되는 등 가격 역전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또 그레이제품 사업을 포기하거나 품목을 전환하는 업체가 증가하면서 이미 판매된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AS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유통업체들이 문을 닫게 되면서 상당수 소비자들의 보증 AS 기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마땅히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업체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르마코리아의 김광수 이사는 “HDD 시장은 경쟁가열로 판매마진이 급속히 축소, 사실상 보따리 무역상들이 그레이제품 수입을 통해 타산을 맞출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레이제품이 퇴출되고 있다”며 “소비자들도 AS 등을 감안해 단순히 가격이 싼 제품을 찾기보다는 안정적으로 AS를 제공할 수 있는 업체를 찾아 제품을 구매하는 요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