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지 비중이 전체 매출의 50%를 넘기 시작한 것은 3년 전부터죠. 당시 미 히타치데이터시스템(HDS) 본사에서 서버사업을 중단하고 스토리지 사업을 전문화했을 때 우리도 고민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결국 그때 판단이 옳았던 건데, 시장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힘이 있었다고 봐야 하나요?”
효성인포메이션의 상반기 매출은 820억원. 지난 한해 전체 매출이 840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박을 터뜨렸다’고 할 만하다. 78년 효성그룹 종합조정실 과장으로 출발, 40세가 되던 해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관리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17년째 연을 맺고 있는 류필구 대표이사 부사장(58)은 ‘운대가 맞아 떨어졌다’고 할 법한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할까.
“무엇보다 스토리지 한 분야를 17년간 해온 우리 회사의 뚝심과 노하우가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봅니다.” 150개 거래선과 기술적으로, 영업적으로 맺어온 신용이 지금의 결과를 낳았다는 것. 특히 “지금처럼 치열한 상황에서 관계를 맺고 있는 주요 고객사 중에서는 이렇다 할 ‘윈백’ 선례를 만들지 않았다는 점도 효성의 신뢰가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사례”라고 류 대표는 강조한다.
이같은 효성의 성장에는 전세계적으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히타치 제품력이 그 근간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10여년간 끊임없는 기술개발로 시장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EMC를 견제할 만한 힘을 갖추게 됐다는 것이다.
류 대표는 향후 스토리지 시장에 대해 IT가 일반 생활속으로 확대되는 것만큼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시장의 활황이 결코 재해복구와 같은 특수효과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효성은 이 여세를 몰아 2004년 매출 3600억원 달성, 국내 스토리지 전문기업
중 1위 자리에 오른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 류 대표는 ‘미래에 대한 준비는 기업이 잘 나갈 때 해야 한다’는 원론을 지키고 있다. 시장 성장 방향타로 설정된 소프트웨어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HDS와는 별도로 글로벌 기업과 파트너 관계를 추진하고 있으며 태스크포스를 가동, 현재의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올릴 수 있는 사업 및 IT와 관련이 없더라도 시장성 있는 신규영역 개척 등 두 가지 사업을 고민하고 있다.
효성은 올 코스닥 등록계획을 내년 거래소 직상장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미국 HDS와는 기업공개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를 마친 상태다.
“전세계적으로 HDS와 합작형태로 사업을 벌이고 있는 국가는 우리가 유일하다”는 류 대표는 “종업원들이 최고의 기업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기업 성장에 걸맞은 경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