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남반도체 인수 동부전자 자금 동원력 있나없나

 동부전자가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와의 수탁생산(파운드리) 계약 체결을 위해 막바지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 안팎에서는 동부전자가 아남반도체를 인수, 파운드리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내는 등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동부화재·동부생명 등 동부그룹 금융 계열사들이 아남반도체 인수과정에서 동부전자에 자금을 지원한 것이 금융감독 규정 위반소지가 있는지를 가리기 위해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민은행·수출입은행 등은 동부전자가 요청한 설비투자금에 대해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동부그룹은 반도체사업을 확대하려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동부그룹을 시기하는 이들의 ‘악성루머’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TI와의 계약 과정에서 이같은 적대성 소문이 터져나온 데 대해 강한 불쾌감을 피력하는 등 악성루머의 진원지 파악에도 부심하고 있다.

 ◇불법도 아니고 자금여력도 충분하다=동부전자를 비롯한 동부그룹은 아남반도체의 지분인수 과정에서 결코 불법도 없었고 반도체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자금동원력도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록 금감원이 부당지원 등을 이유로 내사에 착수했다고 하지만 이미 이번 사안은 아남반도체 및 앰코테크놀러지와의 계약에 앞서 금감원에 자문을 구하는 등 법적하자가 없음을 확인했다는 것. 예컨대 자산총액 한도내에서 5% 이하의 투자는 계열사 관계사업에 출자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라고 동부측은 주장하고 있다. 총 3조∼4조원에 달하는 자산총액에 미뤄보면 아남반도체 인수에 투자한 금액은 출자한도의 1.5%에도 채 못미치는 규모다.

 수출입은행으로부터의 대출은 지난해말 구두로 의사타진을 했다가 철회한 것으로 정식 대출요청은 없었던, 그야말로 지난 일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동부전자의 대주주이자 그룹 관계사인 동부건설과 동부화재 등이 상반기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낸데다 이미 금융권으로부터 확보한 2600억원의 신디케이트론(협조융자)과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한 아남반도체의 500억원 등을 포함해 자금상황이 넉넉하다는 것.

 이 때문에 이미 0.13미크론과 0.18미크론급 공정이 호환되는 일부 장비에 대해서는 발주를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TI와의 계약과 아남반도체 인수를 위한 앰코측 지분인수가 끝나는 28일 이후에는 현재 CSFB와 추진중인 외자유치도 급류를 타 중장기적인 투자금 확보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게 동부측의 주장이다.

 ◇제2의 하이닉스는 되지 말아야=반면 하이닉스 사태를 겪은 금융계의 시각은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두껑 보고도 놀란다’는 심정이다.

 LG반도체와의 빅딜을 통해 탄생한 하이닉스가 대규모 부실로 이어졌던 과거의 아픈(?) 기억이 오늘날 반도체사업을 확장하려는 동부그룹에 그대로 투과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비메모리 파운드리사업은 D램과는 달리 투자규모도 작고 국내외 수요처도 많은 상황이어서 대내외적인 산업 상황에서는 사업확대가 필수적이라는 게 동부측의 입장이다.

 더욱이 아남반도체와 동부전자의 재무구조도 하이닉스처럼 나쁘지 않은 상태고 TI라는 안정적인 고객을 확보하게 되면 새로운 시너지 효과가 충분히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들은 “파운드리 사업의 고도화는 우리나라 반도체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동부그룹이 아니더라도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등 누구라도 해야 할 사업”이라면서 “금융계의 우려하는 시각도 이해가 가지만 투자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보다 총괄적인 접근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