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에 선 보안업체>(2)구조조정

 현재 정보보호업계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비만한 몸집이다. 정보보호업체들은 지난 2∼3년 동안 시장상황과 무관하게 외형적인 모습 갖추기에 급급한 나머지 과도한 인력과 방만한 사업확대 등에 나서면서 이미 자력으로 지탱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해졌다. 앞으로 잉여인력 감축이나 경쟁력 낮은 사업부문의 과감한 정리 등 ‘내부 구조조정’이 발등의 불로 다가왔다.

 소프트웨어업체들은 ‘1인당 매출액’을 기준삼아 건실함을 측정한다. 대략 1인당 2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올릴 경우, 안정된 경영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1인당 매출이 2억원 미만일 때 인력과잉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정보보호업계는 일부 하드웨어 기반 솔루션이나 컨설팅 등 서비스업체를 제외하고 80% 이상이 소프트웨어 업체들이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업체에 적용하는 지표를 대다수의 정보보호업체들에도 대비시켜 볼 수 있다.

 정보보호업체들의 올 상반기 매출과 인력수를 비교할 때 과도한 인력구조를 띠고 있다는 것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대표적인 종합 정보보호솔루션업체인 A사의 경우 올 상반기 매출은 34억원인데 인력은 140여명에 달한다. 반기매출로 계산해서 정상경영을 나타내는 기준을 1인당 1억원으로 보면 대략 100여명은 ‘놀고 먹은’ 셈이다. 엄밀하게 따질 경우 100여명은 잉여인력이다. 다른 정보보호업체들도 A사와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정보보호업계가 IT산업 발전의 선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소프트웨어업체에 적용하는 지표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무리라는 업계의 입장을 수용해 보자. 그래도 역시 과도한 인력은 이미 많은 정보보호업체들을 병들게하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정보보호소프트웨어 업체는 물론 컨설팅, 관제서비스 업체들도 예외가 아니다. 매출이 적은 반면 소위 ‘고급인력’들이 포진돼 있는 정보보호업계는 고정비 지출로 허덕이기 때문이다. 직원수가 100여명이 넘어설 경우 대략 1개월 고정비는 5억∼6억원대를 훌쩍 뛰어넘는다. 컨설턴트 등 고액의 연봉을 받는 전문직이 많은 경우 월고정비가 7억∼8억원에 달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고정비가 기업의 생존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데 있다. 이것이 과다한 인력 줄이기를 위해 메스를 들어야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올 2분기를 넘어서면서 위기감을 느낀 많은 업체들이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A사의 경우 20여명을 정리했다. 관제서비스업체인 B사도 2분기에 30명을 줄였으며 최근에 다시 20여명을 정리했다. 컨설팅업체인 C사 역시 이달 들어 전체 직원의 10%를 내보냈다.

 구조조정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한 M&A 전문업체 관계자는 “이미 겪을 대로 겪은 불황의 막바지에서 인력을 줄이는 것이 큰 의미가 있겠냐”며 “벼랑끝에 내몰리기 전에 몸집 줄이기에 나서야 했다”고 늦은 구조조정을 지적했다. 또 감원에 우선해 경쟁력 높은 인력으로 교체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력 구조조정과 관련해 또다른 문제도 있다. 현재 인력감축을 시도하는 업체들 대부분 경영실패의 책임을 져야할 임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회사는 망해도 임원은 망하지 않는다는 구태가 정보보호업계에서도 여전하다”며 “매출부진의 이유를 직원들에게 탓하기에 앞서 경영진이 먼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구조조정 이후에 필요한 직원간 단합이 가능하다”고 충고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