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앞다퉈 90㎚ 공정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은 공정기술을 미세화할수록 반도체의 수율과 집적도는 올라가는 반면 생산단가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반도체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 기술을 먼저 확보할 경우 그만큼 다른 경쟁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장조사업체인 VLSI리서치의 애널리스트인 댄 허치슨은 “90㎚ 공정기술을 늦게 확보한 경쟁자들은 뒤처질 것이며 아마도 영원히 (선두주자를) 따라잡지 못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90㎚ 생산에 처음으로 나서는 업체는 높은 수율에 따른 생산비용 절감으로 엄청난 이득을 얻을 수 있다”며 “다이(die) 크기가 줄어들면 그만큼 반도체의 성능도 올라간다”고 부연설명했다.
반도체 업계와 애널리스트들은 90㎚ 공정기술 경쟁에서 일단 소품종 대량생산이 가능한 프로세서 업체들이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는 로직 반도체 업체에 비해 한발 앞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90㎚ 공정에서 여러 품종의 반도체를 생산할 경우 값비싼 리소그래피 포토마스크를 많이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생산단가가 올라가고 이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허치슨에 따르면 90㎚ 포토마스크의 경우 한 세트의 가격이 100만달러에 달하는데 이는 130㎚ 마스크 세트의 가격에 비해 무려 2배에 달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허치슨은 일부 ASIC의 경우 포토마스크 가격 때문에 가격이 최대 50달러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또 IC인사이트의 애널리스트인 빌 매클린은 로직 업체들이 90㎚ 생산에 무리하게 뛰어들기보다는 일단은 300㎜ 웨이퍼 팹을 이용해 수율을 높이고 가격을 낮추는 것을 우선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결국에는 90㎚가 대세가 될 것이기 때문에 로직 업체들은 파운드리 업체에 90㎚ 반도체의 생산을 아웃소싱하는 해법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경우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는 남아있다. 이론적으로는 막대한 대량 생산능력을 갖춘 파운드리를 이용할 경우 막대한 공정비용을 상쇄시킬 수 있다. 하지만 파운드리 업체들이 90㎚ 공정기술을 얼마나 빨리 확보하느냐와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생산능력을 갖출 수 있느냐가 의문시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인 스티브 펠라요는 130㎚ 공정의 생산능력 확대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파운드리 업체가 90㎚ 공정기술을 원활히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펠라요와 VLSI리서치의 허치슨은 파운드리 업체들의 130㎚ 공정수율이 단지 20∼50%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펠라요는 “효과적인 대량생산을 위해서는 70% 이상의 수율이 확보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TSMC의 대변인도 “90㎚ 공정은 낮은 수율이 예상된다”며 “250㎚에서 180㎚로의 비교적 순탄한 전환 때문에 130㎚에서 예상밖의 어려움을 겪었다”고 이들의 지적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130㎚에서 효율적인 수율을 얻어내기 시작했으며 공정문제는 극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피니온의 네플도 “130㎚가 로직 업체에는 큰 도전이 되고 있다”고 인정했으나 “대형 웨이퍼와 새 공정재료 문제가 해결되고 있으며 이로부터 얻은 경험이 90㎚ 전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애널리스트들은 90㎚ 공정 도입과정에서도 130㎚ 공정기술 도입시 겪었던 수율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