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인터넷뱅킹시 사설인증서 신규 발급이 전면 중단됨에 따라 은행권에 비상이 걸렸다. 공인인증서 적용에 비중을 두었던 시중 은행들에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사설인증서 보급률이 절대적인 은행의 경우 당분간 인터넷뱅킹 서비스에 큰 혼란을 빚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기존 사설인증서 고객을 대상으로 공인인증서를 이용하도록 독려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은행권 공인인증기관(CA)인 금융결제원도 인증서 발급확대에 따른 시스템 완비에 본격 나섰다.
◇공인 및 사설인증서 이용현황=인터넷뱅킹 고객이 100만여명에 달하는 A은행은 현재 공인인증서 보급률이 10%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내달부터 당장 사설인증서 사용을 중단하진 않더라도 공인인증서 전환에 따른 여러가지 부담감이 팽배해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기존 고객을 공인인증서로 전환시키는 것도 문제지만 앞으로 금결원의 공인인증서만 이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사설인증서를 병행 사용했던 종전과는 달리 금결원 공인CA 서비스에 이상이 생길 경우 대비책이 전무하다는 뜻이다.
130여만명의 인터넷뱅킹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B은행도 공인인증서 이용자 16만여명을 제외한 나머지가 사설인증서나 일회용비밀번호생성기(OTP) 이용고객이다. 더욱 답답한 것은 이미 지난 6월부터 고객에게 인터넷 홈페이지나 전자우편으로 공인인증서 전환을 독려해왔지만 전환비율이 극히 저조하다는 점이다. 이 은행 관계자는 “각종 이벤트 등을 통해 공인인증서 사용에 총력전을 펼쳤지만 고객들이 꿈쩍하지 않고 있다”면서 “당분간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B은행은 다음달 사설인증서 신규 발급 중지에 이어 연내에는 사용 자체를 중단할 예정이어서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은행마다 차이는 있지만 공인인증서 준비작업에 따른 고충이 이만저만한 상황이 아니다.
◇전자서명 정책=사설인증서 폐지는 이미 오래전부터 누차 강조돼 왔던 정부의 입장이었다. 지난 99년 전자서명법 제정 당시부터 정보통신부는 일정한 유예기간을 두되 공인인증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지난 7월 정통부와 금융감독원이 금융권 공인인증서 확대방침을 밝힌 것은 오랜 권고끝에 나온 못박기. 이에 따라 현재 시중은행의 혼란은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고 은행들의 준비도 다소 안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은행에 이어 내년 1월부터는 증권사의 사이버트레이딩 이용시 공인인증서 발급도 의무화했으며 온라인보험 등 각종 전자금융서비스에도 같은 시한을 정했다. 또 내년 5월부터는 사설인증서 사용 자체를 아예 금지시킨다는 방침이다.
◇금융결제원 대응채비=은행권 공인CA인 금결원은 공인인증서 확대에 대비, 올 들어 대대적인 용량증설을 단행했다. 또 강남 센터에 백업시스템을 구축한 데 이어 연내에 원격지 백업센터를 갖추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금결원은 현재 경기도 용인시에 소재한 옛 한국전산원 건물을 빌려 구축작업에 나섰다.
금결원 김상래 상무는 “적어도 공인CA에 관한 한 시스템 안정성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금결원은 공인인증서 발급량이 230만장으로 시중은행 전체 인터넷뱅킹 이용고객 가운데 40% 정도가 전환한 것으로 자체 파악하고 있다. 은행들이 공인인증서 보급을 서두를 경우 올해말까지 최대 400만고객은 흡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결원은 또 은행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기존 분담금 납입기준도 바꾸는 등 다각적인 지원방안을 강구중이다. 김 상무는 “최근 들어 공인인증서 이용고객이 큰 폭으로 늘고 있어 다소 시간은 걸리더라도 무리없이 전환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