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통신장비벤처, 한국으로

첨단장비 `테스트베드`로 각광

 1000만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와 3000만 이동통신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한국으로 세계 통신장비 벤처업체들이 몰려들고 있다.

 KT와 SK텔레콤 등 국내 간판급 통신사업자들이 세계 최첨단 통신장비의 테스트베드로 주목받으면서 리버스톤네트웍스·플라리온테크놀로지·텔리엄·포렐 등 세계 통신벤처들이 앞다퉈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거나 기존 한국 지사의 위상을 강화하고 이를 거점으로 세계 시장의 주도권 경쟁에 나서고 있다.

 특히 국내 통신사업자들의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지명도가 높을 뿐 아니라 장비 구매를 위한 벤치마킹테스트(BMT)가 엄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한국 통신업체에 장비를 납품한 실적’이 세계 통신장비시장의 진입을 위한 보증수표로까지 인식되면서 한국 시장에 진입하려는 세계 통신벤처들의 노력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사업 부진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계 주요 통신사업자와 달리 국내 통신사업자 대부분이 광대역 및 모바일 통신서비스를 기반으로 고속성장을 구가하면서 ‘IT강국 코리아’의 위상이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입증하는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근 세계 메트로 이더넷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리버스톤네트웍스는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급성장한 대표적인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회사 설립 초기인 지난해 7월 한국 지사를 설립한 리버스톤은 KT와 데이콤·파워콤 등 국내 통신사업자에 잇따라 장비를 공급, 금액 기준으로 세계 시장점유율 41%를 차지하며 무명기업에서 일약 메트로 이더넷 전문업체로 도약했다. 이에 따라 리버스톤은 현재 한국을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선정, 한국 지사장이 중국 및 일본의 영업컨설팅을 담당토록 하고 있다.

 차세대 이동통신 솔루션업체인 플라리온테크놀로지도 지난해 말 한국에 아태지역본부를 겸한 지사를 설립, 한국 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김홍진 한국지사장은 “플라리온이 선보인 ‘플래시-OFDM(Orthogonal Frequency Division Multiplexing)’은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광대역 이동통신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기술”이라며 “우리나라와 같이 우수한 통신 인프라가 갖춰진 곳에서 기술을 적용해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 시장에서 레퍼런스 사이트를 구축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광회선분배기(OXC) 전문업체인 텔리엄은 최근 아시아지역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면서 세계 OXC시장의 주도권 확보 경쟁을 선언했다. 텔리엄의 한국 지사 설립은 전세계적으로 OXC의 도입이 초기단계에 불과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KT 등 국내 주요 통신사업자들이 이르면 연말부터 OXC 장비 구매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것으로 한국 시장에서의 레퍼런스 사이트를 확보,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거점으로 활용할 전략으로 풀이된다.

 또 무선네트워크 솔루션업체인 포렐과 차세대 웹스위치 생산업체 인크라, 메트로 액세스 솔루션업체인 럭센, 차세대 음성서비스 플랫폼업체인 베이패킷 등도 회사 설립과 비슷한 시기에 세계적인 통신장비업체의 격전장인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면서 세계 통신시장에서의 주도권 경쟁에 가세했다.

 세계적 통신장비벤처기업들의 한국행 러시에 대해 국내 업계 관계자들은 “우리나라의 통신 인프라 고도화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지만 한편에서는 이제 막 성장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국내 통신장비업체들에는 새로운 위협요소로도 작용하고 있다”며 “국내 통신사업자들은 국내 통신산업의 발전을 위해 효율적인 장비 도입 방안을 강구하는 동시에 해외 업체들에 기술이전 등을 요구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