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타이틀의 묘미는 뭐니뭐니해도 소장성. 3∼4시간 동안 영상과 음향에 푹 빠지고 난 이후 수납장 한켠에 또 한장의 타이틀을 꽂는 그 순간이야말로 DVD마니아들을 짜릿하게 만든다. 때문에 제작사들은 타이틀 품질을 높이거나 외장과 케이스를 고급화해 갖고 싶은 욕구를 증폭시키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최근에는 비슷한 주제나 시리즈물, 동일한 주연배우와 감독의 작품들을 하나의 패키지로 구성한 박스세트가 쏟아지면서 DVD마니아들에 대한 유혹이 더욱 강해졌다. 이전에 단품으로 나왔던 타이틀도 새로운 작품과 묶여 다시 선보이기도 하고 순차적으로 나오던 시리즈물이 멋진 패키지로 새롭게 등장하기도 한다. 현재 박스세트로 나와있는 제품은 무려 100여종. 현재 3000여종에 이르는 DVD타이틀 출시작의 3% 수준에 불과하지만 올들어 박스세트 출시가 본격화되고 있는만큼 앞으로 비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박스세트는 구매자 입장에서는 보고 싶은 타이틀을 통째로 구매할 수 있으며 단일한 패키징으로 소장의 맛을 더욱 살려준다는 묘미가 있다. 때때로 할인혜택이나 선물을 덤으로 받는 것도 기분좋은 보너스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단품 판매에 비해 유사 타이틀을 연계하는 시너지를 낼 수 있으며 구매욕을 자극함으로써 잠재 수요를 실제 판매로 이어간다는 이점이 있다.
◇감독별·배우별로 묶은 박스세트=좋아하는 배우나 감독의 작품이라면 빼놓지 않고 모으는 마니아층이 있다. 이들을 겨냥해 감독별·배우별로 묶은 패키지가 많이 나와 있다. 로렌스 올리비에가 주연을 맡은 햄릿과 헨리5세를 묶은 박스세트와 퍼펙트 스톰, 스리킹즈, 오션스 일레븐 등 조지 클루니가 주연한 영화 3편을 묶은 조지 클루니 박스세트가 최근 선보였다. 지난달에는 스탠리 큐브릭이 연출한 영광의 길, 킬러스 키스, 킬링을 3개 디스크로 패키징한 MGM 특선세트도 나왔다. 이외에 챌리 채플린, 성룡, 알 파치노,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작품들도 박스세트로 출시됐다.
◇테마별 박스세트=단일한 주제하에 여러 작품을 모은 세트도 눈에 띈다. 이십세기폭스는 최근 전쟁을 주제로 베스트 작품만을 묶은 컬렉션 세트를 내놨다. 신레드라인, 패튼 대전자 군단 SE, 지상 최대의 작전 SE, 도라도라도라 등 2차 세계대전을 테마로 4편의 영화를 모았다. 콜럼비아도 지상에서 영원으로, 콰이강의 다리, 나바론 요새를 묶은 전쟁 박스세트를 5월에 내놓은 바 있다.
씨넥서스는 액션팩과 SF팩을 출시했다. 액션팩은 러시아워SE와 머니토크를 묶었으며 SF팩에는 다크시티SE와 저지 드레드가 포함돼 있다. 이에 앞서 스펙트럼은 지난 6월 월드컵 개최를 기념해 외국인을 겨냥한 한국영화 박스세트를 내놨으며 워너는 구니스, 로드오브링스, 매직 스워드, 잭 프로스트 등 매직에 관한 이야기만을 선정한 4편으로 스토리 오브 매직을 구성했다.
◇애니메이션 박스세트=최근들어 인랑을 비롯해 독수리 5형제, 카우보이 비밥, 인랑, 레인, 빨강머리 앤 등 애니메이션 시리즈물에 대한 박스세트가 늘고 있는 추세. DVD애니는 이달 초부터 다음달 말까지 카우보이 비밥 1∼9편 전집을 DVD박스세트로 출시하며 자이언트 로보도 박스세트로 선보였다. 14디스크로 구성된 독수리 5형제 박스세트도 이달 초 나왔다.
◇TV드라마 박스세트=최근 나온 TV드라마 박스세트는 소프라노스 시즌 에피소드1로 4개 디스크로 구성됐다. 흑인 노예 쿤타킨테의 삶을 그린 뿌리는 25주년 기념으로 이달 말 출시된다. 국내에서 절찬 상영됐던 브이 역시 3개 디스크 세트로 최근 출시됐으며 올 4월에 나온 프렌즈 시리즈는 스테디셀러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밖에 겨울연가 20부작을 묶은 DVD세트도 나와있다.
◇영화 시리즈물 박스세트=60년작과 2001년작을 묶은 오션스 일레븐 박스세트가 최근 출시됐으며 엑소시스트 1, 2편을 묶은 세트도 선보였다. 대부 3편, 로보캅 3편, 다이하드 2편, 미이라 2편, 미션 임파서블 2편을 묶은 패키지도 시중에 나와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