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터(Sweater)란 이름의 국내 록밴드는 무명이지만 유명하다. 워낙 대형 기획사의 스타들에 비하면 아무래도 홍보와 마케팅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생소한 존재지만 적어도 인디 음악계에선 그룹의 여성 보컬이 꽤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이아립이란 이름의 여성이다. 그 존재는 얼핏 주주클럽의 주다인, 자우림의 김윤아 그리고 롤러코스터의 조원선을 연상시킨다. 실제로 김윤아와는 음악적 컬러 면에서 비교대상에 오르곤 한다. 이아립은 2년 전부터 이미 인디 밴드들의 공연에 자주 게스트로 나와 ‘고혹적 자태’로 눈길을 끌면서 팬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얼마 전 상영된 영화 ‘버스, 정류장’에서도 ‘누구도 일러주지 않았네’를 부르기도 했다.
보통 이런 정도의 관심이면 곧바로 앨범 출시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인디 팬들은 분명 이아립의 앨범이든, 그녀가 속한 그룹의 앨범이든 빨리 나와주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이름은 있는데 앨범은 없는 어정쩡한 상황이 상당기간 계속되었다. 그들은 서두르지 않았다. 앨범 기획과 작업에 오랜 시간을 투자해, 상당히 늦은 지금에서야 데뷔작을 선사한 것이다. 타이틀은 ‘스타카토 그린(Staccato Green)’.
음악은 인디의 주요 경향이나 적어도 국내에서는 아직 대중적 소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마니아 장르 ‘모던 록’이다. 강렬한 크라잉넛의 펑크나 롤러코스터와 같은 펑키 비트(애시드 재즈)를 제외하고 통상적인 모던 록은 전통적인 멜로디 패턴이 아닌 탓에 대중들한테는 아무래도 생소하다. 이 계열에 속하는 델리 스파이스와 링크 등의 음악은 가슴을 파고드는 선율보다는 매끈한 연주하모니에 무게 중심을 둔다. 많이 들어야 매력을 구할 수 있는 스타일이다.
스웨터는 더욱이 이아립의 보컬에 악센트가 없다. 시원하거나 아기자기한 굴곡의 맛이 부족하다. 마치 평탄한 아스팔트길을 걷는 것처럼 건조하고 밋밋하다. 하지만 역으로 스웨터는 이아립의 그 ‘연약한’ 톤에 그룹의 정체성을 둔다. 그게 귀에 들어올 경우 흡수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 때문이다.
이아립은 전곡에서 모던 록 특유의 충일한 연주 속에서 상큼하고 담백한 맛을 충분히 살려내고 있다. 인디 팬들에겐 꽤 알려진 곡 ‘바람’과 오보에 사운드가 잘 어우러진 ‘멍든 새’, 그리고 타이틀곡으로 내건 ‘별똥별’은 싱그럽다. 뭔가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겠지만 모던 록이란 게 원래 ‘힘을 쭉 빼고’ 느긋하게 부르는 창법이 특징이다.
청각을 확 휘어잡는 앨범은 아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덜 알려진 음악스타일로 돌파를 꾀하는 인디적 사고의 성과라는 점은 분명하다. 스웨터만의 패턴을 제시한 것도 주시할만 하다. 지금 대중음악의 천편일률적인 발라드나 댄스와 대척점에 서서 고지를 노리는 2002년 인디의 희망봉이다. 스웨터는 자신들을 희망으로 만들어줄 서포터스를 기다린다.
임진모(www.iz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