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부품업계>(7)수정부품

 ‘수정부품 업계에 구조조정의 회오리 바람이 한바탕 불 것이다.”

 풍전등화의 처지에 놓인 수정진동자 업계에는 이미 오래 전부터 구조조정의 거센 물결이 닥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등 해외 정보기술(IT)경기의 장기불황에다 국내외 업체들의 난립에 따른 가격경쟁의 심화, 그리고 세트업체들의 외산 제품 선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수정부품 업계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들로 인해 올해 말을 기점으로 상당수의 수정부품 업체들이 정리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돼온 매출부진이 결국 재무구조가 견실하지 못한 기업의 자금난을 유발하고이에 따라 업계내의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예측이다.

 수정진동자 업계가 이처럼 고전하는 이유는 수출비중이 80%에 달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은 미국 등 해외시장의 경기가 좀처럼 호전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전체 수출물량 가운데 70% 정도를 차지하는 미국시장은 최근 경기가 회복되는 듯하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딥’의 우려가 현실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또 수정부품 업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해외 통신장비 업체들의 신규설비 수주가 미미한 수준에 그치면서 매출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통신장비 시장도 수정부품 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수정부품 업계의 국내 대형 수요처인 삼성전자·LG전자 등 이동통신 단말기업체들이 호조를 보이면서 긴세키·다이신코 등의 일본 업체들과 대만·중국 업체들이 군침을 흘리며 시장확대를 위한 단가인하를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해외시장의 축소, 국내시장의 과당 경쟁으로 인해 판로가 막히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일본 업체들은 국내시장에서 올들어 7월말까지 판매가를 평균 10%에서 많게는 최저 30% 이상 저렴하게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중국 제품의 단가는 국산 제품 가격보다 평균 30% 가량 저렴한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밖에 세트 업체들은 저가의 중국 제품을 1차 납품 대상으로 선정한 뒤 다음 입찰에서는 이 가격을 토대로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으로 수정부품 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최선의 해결책으로 감원·사업축소 등의 구조조정과 중국으로의 이전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우선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만큼 기업 내부의 감원, 비수익 사업 축소 등의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줄이는 것이 현명하다는 지적이다.

 또다른 대안으로 중국 현지법인의 효율적인 운영도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서 수위를 차지하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저렴한 인건비라는 메리트를 위해 중국으로 진출한 만큼 국내에서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중국의 값산 노동력을 이용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진단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국내에서 저가의 범용제품을 생산할 경우 수익성이 거의 없다”며 “국내 시장은 기술개발 및 고부가 제품 생산에, 그리고 중국 등 현지법인은 저가 범용제품 생산으로 차별화하는 전략이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지환기자 daeba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