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국내 극장가는 애니메이션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월드컵을 기념해 개막된 국제축구연맹(FIFA)의 ‘스페릭스’를 필두로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그리고 미국 애니메이션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월트디즈니의 ‘릴로&스티치’와 드림웍스의 ‘스피릿’. 여기에다 월트디즈니와 드림웍스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는 폭스의 ‘아이스에이지’. 보너스로 유럽의 숨은 애니메이션 강국인 덴마크 A필름사의 ‘어머! 물고기가 됐어요’까지.
극장용 애니메이션 기근을 일시에 해소시켜 버릴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작품들이 국내 극장가에 등장했고 또한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의 상위 클라스를 점유했다.
그러나 이들 작품을 보았던 상당수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은 극장문을 밀치고 나올 때 왠지 모를 공허감을 느꼈을 것이다.
바로 국산 애니메이션이 이 많은 작품 가운데 하나도 없기 때문. 지난 1월 씨즈엔터테인먼트의 ‘마리이야기’가 개봉된 이후 무려 7개월여 동안 국내 극장가에서는 국산 애니메이션을 볼 수 없었다.
이런 국산 창작애니메이션 기근은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부터는 서서히 해결될 전망이다.
한국 애니메이션 미래를 이끌 기수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들이 제작완료 단계로 개봉 시점을 확정하거나 조율중에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개봉될 것으로 예상되는 작품은 ‘오세암’.
아동문학가 고 정채봉씨의 동화를 원작으로 제작된 ‘오세암’은 오는 11월2일 동영아트홀과 아트선재센터에서 일반인들에게 첫 선을 보인다. 애니메이션의 영원한 주제인 동심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주인공 소년인 길손이의 천진무구한 동심과 자연의 교감을 그린 작품으로 온가족이 함께 보기에 적합한 애니메이션. 이 작품은 특히 TV애니메이션으로 어린이들에게 높은 인기를 구가했던 ‘하얀마음 백구’의 제작진이 주축이 된 마고21이 제작한다. 근래 들어 애니메이션들이 SF, 팬터지, 액션류가 주를 이뤘던 것과는 차별성을 띨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남녀 주인공의 러브스토리를 담고 있는 3D SF로봇물인 ‘엘리시움’도 11월 개봉 예정. 권재웅 감독과 빅필름 제작진들이 4년여간의 노력 끝에 완성한 이 작품은 이미 지난 5월 ‘서울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SIAF)’에서 개봉작으로 첫선을 보였다. 4년여의 제작기간을 반영, 그래픽이 매우 뛰어나고 또한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모두 독특한 움직임을 갖고 있어 캐릭터별 유사성을 탈피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은 지구가 외계인에 의해 점령당한 미래에 주인공 반이 사랑하는 피앙세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특수부대에 지원해 외계인과 결전을 펼친다는 스토리를 갖고 있다. 스토리가 진부하고 상황전개가 너무 빠르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국산 창작 3D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양철집이 제작중인 기대작 ‘원더풀데이즈’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초중고생들이 기말고사를 마치고 겨울방학을 맞이하는 12월20일에 개봉 예정. ‘코카콜라’와 ‘환타’ 광고로 애니메이션 종주국인 미국에서 호평을 받은 바 있는 김문생 감독의 작품. 디지털 복합제작 방식의 2D+3D 애니메이션 기법에 미니어처와 실사 그리고 매트페인팅을 합성하는 등 실제와 같은 애니메이션을 연출하기 위해 모험적인 실험도 서슴지 않았다. 이 작품은 22세기 미래 지구가 배경. 환경파괴로 멸망해 가고 있는 지구에 일부 기술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신도시 에코반을 건설한다. 그리고 에코반으로 들어가려는 난민과 이곳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투쟁, 그 속에서 희망찬 미래를 꿈꾸는 젊은이들을 그렸다.
루크필름이 미국 펠릭스더캣프로덕션과 손잡고 50억원을 투입해 3년여간 제작한 ‘스퀴시’도 연내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 작품은 최근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는 2D+3D 애니메이션으로 어린이들이 무한한 상상력을 키울 수 있도록 만들 팬터지 어드벤처류. 실험도중 우연하게 등장한 자유자재로 몸을 움직이는 스퀴시 ‘우피’와 컴퓨터를 잘 다루는 호기심 많은 소녀 ‘엘리자베스’의 우정과 모험을 그린 가족 애니메이션. 파스텔톤의 깜찍한 스퀴시 캐릭터들은 어린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원더풀데이즈’와 함께 또 다른 SF야심작인 디지털드림스튜디오의 ‘아크’도 내년 1월 개봉예정인 작품. 미국의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디지털림과 함께 제작했으며, ‘미션 임파서블 2’를 연출한 오우삼 감독이 제작에 참여했다. ‘아크’는 미국 할리우드의 SF물에 버금가는 상상력과 웅장한 스케일에 동양적인 신비감을 절묘하게 가미시켜 제작중으로 현재 마무리단계로 치닫고 있다. 작품은 알키온 행성의 두 종족인 시비안과 스토리안간의 전쟁을 다뤘다. 평화롭게 살던 두 종족은 행성이 종말 위기를 맞자 새로운 보금자리인 로봇 형태의 방주인 ‘아크’ 속에서 연명한다. 하지만 ‘아크’가 계속 살아 움직이기 위해서는 아미엘 딸의 도움이 필요하고 이들은 그녀에게 모든 희망을 걸고 그녀를 찾아 떠난다.
‘오세암’을 필두로 개봉 예정인 이들 토종 애니메이션들이 올 여름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을 장악했던 외산 애니메이션에 비교해 어떤 성과를 거둘지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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