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책 수립을 위한 공청회가 의견수렴의 수단이 아니라 계획안에 대한 홍보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상정·확정되는 각종 안건도 사전고지 없이 국가위가 일방적으로 의결하는 것은 행정절차법 위반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동의대학교 김영삼 교수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원장 최영락)의 의뢰를 받아 발간한 ‘과학기술정책수립과정의 개선방안-정책결정과정의 참여확대방안을 중심으로’에서 이같이 밝히고 과학기술정책 수립 시 시민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 정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과학기술정책 전반을 다루고 있는 과학기술기본법에 시민참여를 명문화돼 있으나 과학기술부 등 정부 부처에서는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시민참여제도의 일환으로 공청회를 개최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공청회는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제도의 역할보다 단지 절차적 정당성 획득을 위한 통과의례 정도로 여겨지고 있어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자문위원회 역시 위원회 결정사항에 강제력이 없고 장관에게 자문하는 역할만을 부여받고 있어 이에 대한 제도적인 보완책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경우 민간위원 위촉 시 시민단체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어 민간부문의 다양한 의견과 전문성을 국가정책 수립 시 적극적으로 수렴한다는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와 함께 국과위는 시행령상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안건일 경우 행정예고를 거쳐 위원회에 상정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으나 이 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의결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역시 전문성이 결여돼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 공청회가 열려도 이는 의원들을 학습시키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보고서는 이런 문제점에 대한 보완책으로 온라인을 통한 시민참여방법에 대한 외국 사례를 연구·분석하고 정보 공개 및 상호작용이 가능한 사이트를 구축, 온라인 참여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행정절차법 등 기존 각종 법령에서 언급하고 있는 참여방법을 좀더 구체화하고 참여과정에서 나오는 시민 또는 대항전문가·시민단체의 견해를 정책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방향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특히 과학기술정책에 시민참여가 차단되는 것은 법적 제약보다 각종 관련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활용하려는 정책적·제도적 노력의 부재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시민참여를 통한 행정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확보하려는 행정문화의 변화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