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세 반도체株 `먹구름`

반도체 업황의 경기선행지표인 북미 반도체장비 주문대출하비율(BB율)이 1년만에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상승 분위기를 잡아나가던 국내 반도체주들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최근 더블데이터레이트(DDR) D램 가격이 반등세를 보인 데 힘입어 향후 반도체 주가 전망이 긍정적으로 선회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장기적 반도체 업황의 바로미터인 BB율 하락반전 소식은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현지시각) 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북미지역의 7월 반도체 BB율이 1.16을 기록, 1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BB율이 1.16을 기록했다는 것은 주문량이 116이며 현재 출하되는 물량이 100이라는 의미로 여전히 주문량이 출하량보다는 많은 상태다. 하지만 한번 상승 추세가 꺾이면 쉽게 회복되기 힘들다는 점에서 하락 반전의 의미가 크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 21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반도체주들은 오전장까지 약세를 면치 못했지만 오후장들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주가가 살아나면서 분위기가 호전됐으며 반도체 장비주들도 보합권으로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는 BB율 하락과 전일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닷새만에 하락반전했다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하며 하락세로 출발했다. 하지만 대규모 매도물량을 자사주 매입으로 받아내고 6세대 반도체라인 투자에 나서겠다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상승반전에 성공, 전일대비 1.16% 상승한 35만원으로 마감됐다. 하락세로 출발한 하이닉스도 전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하이닉스의 구조조정 방안을 도이체방크에서 마련하고 있으며 조만간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주가가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결국 주가는 전날보다 5.93% 상승한 625원을 기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BB율 하락 반전은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주가에 하락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이미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됐고 DDR가격 상승 반전, 4분기 PC수요 회복 기대감 등으로 오는 11월 까지는 주가의 안정적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경우 내수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해외수요 감소가 국내 업체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거의 없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후식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에서는 반도체 더블딥 우려감까지 생겨날 정도로 반도체 경기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라며 “하지만 삼성전자 등 국내 메이저 업체들은 투자를 줄일 계획이 없는 상태고 관련 장비 업체들은 내수에 치중하고 있어 BB율 하락 등 전세계 반도체 경기에 대한 우려감이 국내 반도체주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