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주파집적회로(RFIC) 전문업체 에프씨아이(FCI) 윤광준 사장(40)은 요즘 주변에서 보내는 부러움의 눈길 때문에 얼굴이 뜨겁다. 그토록 어렵다는 삼성전자의 이동전화단말기 품질검증을 통과해 자식과도 같은 RF칩이 비로소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이다. ETRI에서 나와 창업한 지 4년여 만이고 삼성전자에 첫 시제품을 들고 들어간 지 2년여 만의 일이다.
“반도체 설계 벤처기업이 양산에 이른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안정적인 팹(Fab:반도체 일관생산라인)을 구하기도 어렵고 제품을 내놓아도 디자인 윈(design win:시스템 단계에서의 양산)은 전적으로 시스템업체들의 결정에 달린 것이어서 한창 진행중이던 단말기 모델 개발이 중단되는 경우가 숱합니다. 이 과정에서 기술력과 자금력이 약한 벤처들은 중도 하차하기도 합니다.”
물론 에프씨아이도 비슷한 과정을 겪어야만 했다. 2000년 초 양산의 첫 기대를 걸었던 PCS RF칩이 단말기업체의 사정으로 양산을 며칠 앞두고 중단되기도 했다. 수시로 변하는 소비자 취향에 6만5000컬러, 40화음 등으로 하루가 다르게 단말기 성능과 디자인이 변하다보니 디자인 인(design in:시스템 디자인 단계) 과정에서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야 했던 칩들이 10종이 넘는다. 출시일자를 지키기 위해 단말기업체 디자인팀들과 밤을 새기가 일쑤였고 이때문에 50여개에 달하는 삼성전자 단말기 디자인팀들의 상당수가 윤 사장과 에프씨아이 직원들의 얼굴을 알 정도다.
이 과정에서 회사를 지켜준 것은 기술력에 대한 확신과 이동통신 핵심칩 국산화를 통해 CDMA 강국의 주역이 되겠다는 일념이었다는 윤 사장. 같은 목표를 향한 임직원들의 무한 신뢰도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퀄컴의 변화무쌍한 기술 로드맵에 대응하고 단말기업체들로부터 ‘쓸 만한 업체’라는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기술개발보다 더 어려웠다”는 그는 그래도 요즘은 ‘국산 칩도 고려해볼 만하다’는 단말기업체들의 평가가 나오고 있어 자부심을 느낀다고 한다.
윤 사장과 35명의 에프씨아이 직원들은 현재 GPS기능이 추가된 3중 밴드칩 양산을 서두르고 있다. 또 무선랜, 비동기(WCDMA) IMT2000, 광대역무선가입자망(BWLL), 지능형교통시스템(ITS)용 RF칩 개발도 막바지 열을 올리고 있다.
“RFMD, 맥심 같은 세계적인 RF전문업체가 되는 게 꿈”이라는 윤 사장은 올해 50억원, 내년에는 300억원의 매출을 올려 명실상부한 RF대표 벤처기업으로 2004년께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제2 창업에 나설 계획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