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포털·콘텐츠 사업자들이 무선인터넷에 쉽게 접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한 숫자도메인의 실효성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무선인터넷망 개방이 다음달로 임박하면서 무선포털 사업을 준비중인 포털업체나 콘텐츠업체들은 숫자도메인을 등록하고 있으나 실효성이나 활성화에 확신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일부 업체들의 경우 숫자도메인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등록에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동전화 숫자버튼을 누르면 곧바로 해당 무선인터넷사이트로 연결되는 숫자도메인은 무선인터넷망 개방 이후 독립 무선포털의 활성화를 위해 도입됐다. 입력이 어려운 영문도메인 대신 숫자를 이용함으로써 사용자들이 이동통신사업자가 운영하는 포털이 아닌 다른 독립포털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독립포털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업계 ‘사용편의성 떨어진다’ 중론=이에 따라 상당수의 업체가 이미 숫자도메인 등록을 마쳤다. 다음, MSN, 오사이오, 다날, 인포허브 등 포털업체나 벨소리업체들은 물론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 등까지 많게는 10여개의 숫자도메인을 선점했다. 하지만 이들은 사업준비 차원에서 등록하긴 했으나 사용자들이 과연 숫자도메인을 이용할지는 예측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숫자도메인 등록을 준비중인 한 무선인터넷업체 관계자는 “누군가 숫자도메인에 대해 확실한 전망을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일부 업체들은 일단 숫자도메인 등록을 서두르지 않고 활성화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드림위즈, 프리챌, 야호커뮤니케이션, 텔미정보통신 등 주요 유선계 포털업체와 벨소리업체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숫자도메인의 사용편의성이 높지 않은데다 홍보가 쉽지 않아 숫자도메인 등록의 필요성을 아직까지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는 숫자도메인이 영문도메인에 비해 사용하기 편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크게 매력적이지는 않다는 반응이다. 영문도메인에 해당하는 숫자를 눌러 사이트에 접속하는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의 윙크서비스의 경우 사용하기가 불편해 사용자들을 자사 포털로 끌어들이기 힘들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즉 하나의 키패드가 영문 철자 3개씩을 포함하고 있는 단말기의 제약으로 각 영문 철자에 해당하는 숫자를 찾아 십여개 넘게 누르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다음 등 유선에서 확실한 영문 브랜드를 가진 업체들과 달리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콘텐츠업체들의 경우 영문 도메인 대신 숫자를 누르도록 하는 것이 유리할 리 없다는 반응이다.
◇마케팅 이중비용도 문제=이 때문에 일부 콘텐츠업체들은 사용자들이 기억하기 쉬운 숫자조합으로 등록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지만 이 경우 마케팅이 힘들다는 단점이 또 문제로 지적된다. 700번 서비스를 통해 확고한 숫자브랜드를 가진 유명 벨소리업체들은 문제될 것이 없지만 대부분의 콘텐츠업체들은 숫자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재투자해야 하기때문이다. 이는 간단한 숫자도메인을 지정하도록 하는 미 베리사인사의 숫자도메인 서비스 웹넘에도 마찬가지로 해당되는 문제다.
포털업체들의 경우 최근 사용자가 응용프로그램을 자신의 이동전화로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플랫폼 기반의 무선인터넷서비스가 각광받고 있어 굳이 숫자도메인을 활용하지 않더라도 사용자를 직접 유인하기 어렵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드림위즈의 한 관계자는 “포털업체가 제공하는 메일이나 커뮤니티, 메신저 관련 응용프로그램을 이동전화에 한번 내려받아 놓으면 사용자가 다시 이동통신사의 포털을 거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업체들의 지적에 대해 윙크서비스를 제공중인 KRNIC 관계자는 “숫자도메인은 유선에서 무선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기업에는 필수적이며 특히 최근 번호를 누른 후 관련 버튼만 누르면 곧장 해당 무선인터넷사이트에 접속되는 핫키방식의 단말기를 이통 3사가 모두 출시하고 있어 숫자도메인의 사용자 편의성은 계속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2000여개 정도의 업체만이 숫자도메인을 등록했지만 무선망이 개방되는 9월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