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세계를 깜짝놀라게 했던 순룡범씨 등 탈북자 21명의 탈북과정은 칠흑같은 어둠과 집중폭우, 폭풍을 뚫어낸 사투 그 자체였다. 순씨 일행이 길이 20m, 폭 4m인 20톤급 목선을 이용, 공해를 가로질러 인천 해경부두에 도착하기까지 48시간 동안 의존했던 것은 최첨단 선박용 위성항법장치(GPS)였다.
목선에 장착된 GPS 기종은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았지만 GPS플로터(plotter)라고 불리우는 선박용 GPS의 일종이다.
플로터(plotter)란 ‘플롯(plot)’, 즉 ‘해도 등에 배, 비행기 위치를 기록하다’ 또는 ‘모눈종이 위에 좌표를 정하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GPS플로터는 선박의 항로를 메모리에 기록하고 나중에 기록된 항로를 보고 안전항해 여부를 분석할 수 있는 기능을 지닌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선박용 GPS플로터는 일반 GPS와 달리 해저의 어군이나 매우 미세한 어군도 정확히 포착할 수 있는 특수한 판별 기능을 갖고 있다. 대개는 국제해사기구의 표준 전자해도를 기반으로 수심표시, 저질기호, 침선, 어초, 지명 등 바다에서 안전 항행을 위해 다양한 자료를 저장 보유하는 것이 보통이나 일부 제품은 전자해도를 탑재하지 않아 해양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순씨 일행이 20톤급 작은 목선으로 48시간의 항해를 견뎌냈던 것은 이 배의 선박용 GPS가 비교적 정확하게 작동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편 순씨 일행에 앞서 첨단 전자통기기를 이용한 해상 탈북 사례로는 지난 87년 제3국을 경유해 귀순한 김만철씨 일가를 빼놓을 수 없다. 당시 김씨와 일행 10명이 탈북에 이용했던 배는 레이더와 무전기 등 당시로는 최신 정보통신 시스템을 갖춘 50톤급 군용 철선이었다.
‘고향에 가 진갑상을 받고 싶어서’ 그리고 ‘따뜻한 남쪽 나라를 찾아’ 온 탈북자들의 소망을 이루는 데 일조를 했던 IT가 앞으로도 얼마나 더많은 위력을 발휘할 지 두고 볼 일이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